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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Aug 09. 2023

연고

상처에서 빨간 피가 멎으면

가장 닿고 싶지 않은 곳에,

통점이 가장 예민한 곳에,

하얀 연고를 겁도 없이 발랐다.


하얀 것을 문지른다.

나아질거라는, 괜찮아질거라는 의식처럼

하얀 것을 문지른다.

덧입혀지는 아픔을 허락한다.


무해한 것들은 왜 어째서 흰색일까.

흰것을 보면 안심을 한다.

하얀것들은 해치지 않는다고,

연고는 가장 무해한 색을 가졌으니

상처에 겁도 없이 바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얀 연고는 상처의 정렬을 바꾼다.

손상에서 치유로 나아가게 한다.


빨간 생채기가 하얀 연고를 만나

샛분홍 새살이 올라올 때까지,

더이상 상처 위에서 통증이 전해지지 않을 때까지,

아픈 곳을 하얗게 문지른다.


하얀 연고처럼, 무해하게 누군가를

문질러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살아야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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