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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Dec 18. 2023

살짜쿵 책방러 _ 여린 우리를 살게 하는 힘에 대하여

시골서재 강현욱작가

언젠가 삶에 불행과 고통이 찾아와 나를 주저앉혔다 다시 일어나게 된다면, 나의 두발을 내딛는 그 대지가 시골서재를 닮아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꽤나 오랫동안 보아왔던 '시골서재'작가님의 첫번째 책 '살짜쿵 책방러'를 읽으며 '존립'과 '보행'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려본다. 이 책은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시 일어서게 한 '존립'과 한걸음 한걸음 꿈을 향해 '보행'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게 된 치유의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청아하고 맑은 문장에 나 역시 맑아지는 듯 했고, 한 인간이 스스로를 북돋아 일으켜 세우는 고요하고도 강인한 그 마음을 열렬히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이 끝나갈 무렵에는 그의 방식으로 내 마음을 다독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면에 인쇄된 글자들을 매만지며 책을 두손에 모아 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고 할까. 소리없이 전해지는 문장이 주는 위로와 치유에 감사하며 읽었다.



"자연과 문장이 주는 침묵의 말은 저의 속뜰에 고요함을 흐르게 했고, 강물 같은 단단함이 생겨나게 했으며, 언젠가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잉태하게 했습니다."(P.6)



책의 저자는 거칠게만 다가오던 삶의 한때를 고요한 침묵으로 응수한듯 하다. 아마도 고요가 이끌어 그를 데려간 곳은 내면의 소리가 울리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단호히 경계를 짓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존중해주기로 한것을 시작으로 시골에 여린 것들을 심고 가꾸고 작은 서재를 세웠다.



"문을 열 용기가 없었던 그 시절의 나를, 나는 데려와 일으켰다. 그리고 조금씩 그 문 앞에 서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늦어 버린 건 없고, 단지 '간절한 마음'만이 있을 뿐이었다."(P.157)



문을 열고 서성이던 그곳에서 그는 '동네책방 할아버지'가 되는 꿈을 가만하게 품어보았을까. 시간이 허락하는 때에 작은 동네책방을 답사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고 그 길목에서 이 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것만 같다.


책에 소개된 책방 중 몇몇 곳은 이미 가본 적 있었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골에 책방을 여는 꿈을 가진 사람이 보는 시각과 단순히 책방에 다녀간 나의 시각의 간극을 메울 수 없을것만 같았다. 저자는 작은 책방에서 사람과 공간의 스토리를 읽어내고, 자신의 꿈을 덧대어 바라보았던 것이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을 찾는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발품조차 팔 필요가 없을 만큼 손쉽고, 싸게 책을 살 수 있지만 구태여 작은 서점에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했었다. 누군가의 책과 글, 문장과 삶에 대한 시선을 풀어낸 곳이 작은 책방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고 곧이어 책의 저자가 훗날 할아버지가 되었을 무렵 지어놓았을 책방의 모습을 어떠할까 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내가 타인의 꿈을 이토록 열렬히 응원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어졌다. 그리고 다시 동네책방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작 타는 냄새가 투명한 가을 공기 안에서 번져 나갔고, 나는 살아가는 냄새가 이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을 조금씩 태우며 견디면서도, 고생스러움을 누군가는 알아주리라는 작은 기대감으로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P.176)



책이 고픈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문장이 주는 위로를 아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마도 공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두손에 집어든 책이 채워주었던 그였기에, 그는 마음의 허기를 문장으로 채우고 뱃속의 허기마저 채워주겠다며 시골에서 책이나보고 밥이나 먹고가라는 야심찬 '시골책밥' 모양의 꿈을 그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골서재는 시골에 있어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될것만 같다. 야심찬 꿈이 참 이렇게나 말갛게 야무져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새싹과 새잎은 모두 단단한 대지와 가지를 뚫고 얼굴을 내민다는 것을 저자는 자연에게서 배웠다. 여린것들이 결코 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여린 속성 뒤에 강인함을 품고 있다는걸 그는 책에서 나지막히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따듯한 당부와 응원 전하며 책을 마무리했다.


"여린 우리가 함께 살아내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다. 여린 우리가 살아내는 힘. 함께하는 것에 있음을, 자신에게 투명해지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대지 위에서 굳건해질 수 있음을, 자연이 그러하듯 내어주고 겪어내며 하루 하루의 계절을 살아내는 것에 살아갈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참 온화한 책이다.


▼ 강현욱 '시골서재' 작가님의 브런치

시골서재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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