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을까.
어떤 말은 삼키고, 어떤 감정은 감추고,
어떤 오해는 그냥 흘려보내고—
그게 편해서 그랬던 건 아닐 텐데,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말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나를 아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일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 성격을 이야기하고, 태도를 평가하고,
뭔가 결론을 내려버리는 걸 보면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쓰인다.
사실, 억울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남는 건
‘누가 뭐라 하더라’ 같은 말 몇 마디.
설명해 보려다 포기한 적도 많다.
그럴수록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너무 벌어진 게 아닐까.
그걸 좁히려 애쓰는 대신,
잠깐 멈춰 서서 내 쪽으로 더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 고요함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처음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이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마음을 먼저 챙겨보자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고요하다고 해서 늘 평온한 건 아니었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마음이 복잡했고,
가끔은 조용한데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 땐
“이러다 나 진짜 이상해지는 거 아냐?”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냥 좀 뛰어보기로 했다.
심각하게는 말고,
진짜 말 그대로—
뛰는 거.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달라질까 싶어서.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올라섰을 때,
딱 1분 달리고 숨이 턱 막혔다.
다리 아프고, 허리 뻐근하고,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
근데 이상하게 그게 나쁘지 않았다.
머릿속이 잠깐 ‘무’가 되는 그 느낌,
그게 좀 좋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달려보자.
크게 뭔가를 바꾸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내가 나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매일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 연재만큼은 꾸준히 달려보고 싶다.
혼자 있음은 도피가 아니라 연습이고,
달리기는 그 연습의 한 방식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달리기를 통해,
누군가의 시선 없이도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혼자서기를,
조금씩 몸에 익혀가는 중이다.
누구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조금은 나를 위해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은 문득,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면
왠지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건 언젠가의 보상이 아니라,
지금의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기대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생각보다 멀리 가진 못하더라도—
아자, 아자!
숨차도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나랑 달리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