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그래서 달리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을까.
어떤 말은 삼키고, 어떤 감정은 감추고,
어떤 오해는 그냥 흘려보내고—
그게 편해서 그랬던 건 아닐 텐데,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말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나를 아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일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내 성격을 이야기하고, 태도를 평가하고,
뭔가 결론을 내려버리는 걸 보면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쓰인다.

사실, 억울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남는 건
‘누가 뭐라 하더라’ 같은 말 몇 마디.
설명해 보려다 포기한 적도 많다.
그럴수록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이
너무 벌어진 게 아닐까.
그걸 좁히려 애쓰는 대신,
잠깐 멈춰 서서 내 쪽으로 더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오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 고요함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때 처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인간관계를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상처받고,
또 그걸 감내해 내는 게 정말 맞는 일일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이제는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마음을 먼저 챙겨보자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고요하다고 해서 늘 평온한 건 아니었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마음이 복잡했고,
가끔은 조용한데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럴 땐
“이러다 나 진짜 이상해지는 거 아냐?”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냥 좀 뛰어보기로 했다.
심각하게는 말고,
진짜 말 그대로—
뛰는 거.
몸을 움직이면 생각도 달라질까 싶어서.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올라섰을 때,
딱 1분 달리고 숨이 턱 막혔다.
다리 아프고, 허리 뻐근하고,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
근데 이상하게 그게 나쁘지 않았다.
머릿속이 잠깐 ‘무’가 되는 그 느낌,
그게 좀 좋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달려보자.
크게 뭔가를 바꾸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내가 나를 조금 더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매일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 연재만큼은 꾸준히 달려보고 싶다.

혼자 있음은 도피가 아니라 연습이고,
달리기는 그 연습의 한 방식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달리기를 통해,
누군가의 시선 없이도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혼자서기를,
조금씩 몸에 익혀가는 중이다.

누구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조금은 나를 위해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은 문득,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면
왠지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건 언젠가의 보상이 아니라,
지금의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기대다.


이건 내게 보내는 작은 약속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생각보다 멀리 가진 못하더라도—
아자, 아자!
숨차도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나랑 달리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