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그 자식이 쫄딱 망하길

D+54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왜 그 순간, 나는 그렇게 화부터 냈을까’였다.

가장 친한 직장 동기가
부서 상관에게 모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내가 당한 일처럼 속이 뒤집혔다.
“왜 가만히 있었어?”
“왜 한 마디도 안 했어?”
그 자리에서 참아낸 그를 위로하기보다
되레 몰아붙였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순간에 참고 인내하는 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어쩌면 나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무 말도 못 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낸 건,
아마도 나 자신의 무력함 때문이었다.
그를 지켜주지 못한 나,
그 상황을 바꿔줄 힘이 없는 나—
결국 내 화살은 나를 향해야 했는데
그게 그에게로 튄 것이다.


직장이라는 곳은 참 묘하다.
작디작은 조직 안에서도
어깨에 달린 계급장을
사람 자체의 서열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무시하는 게 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차분히 넘기지 못했다.

돌아보면,
그에게 가장 먼저 건넸어야 할 건
분노가 아니라 위로였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네 편이야.”
그 한 마디였어야 했다.
늦게 깨달은 위로는,
참 쓸모없다.


그날의 나는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기에는
너무 날카로웠다.

오늘은 그 후회를 안고 달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올라서야
조금씩 마음이 식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에는 꼭,
내가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겠다고.


직장은 싸움터지만,
동기는 전우다.
내 옆의 전우만큼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운동 일지 – 2025.8. 8.]
- 팔 굽혀 펴기 : -
- 맨몸 스커트 : -
- 달리기 : 15:42~16:18(5.1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