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천국을 떠나, 길 위로

D+59

by 천재손금
이너피스(inner peace)를 찾아, 달리다.



오늘 달리며 생각한 것은
‘러닝머신은 천국이었구나’였습니다.

완전한 혼자가 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 프로젝트가
어느덧 59일째를 맞았습니다.
처음 계획할 때, 60일까지는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그 이후부터는 로드, 즉 실외 달리기를 하기로 했죠.
하루만 남은 오늘, 미리 공원을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왜 다리에 털이 안날까??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어차피 젖을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준비운동을 하며 러닝머신에서 달렸던
속도와 자세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하는 순간—
정말, 그동안의 러닝머신 위는
천국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딱한 땅에 착지할 때마다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번졌고,
100m도 못 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워치 속도를 보니
그동안의 연습 때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더군요.
호흡을 가다듬고 페이스를 낮춘 뒤
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1km가 지났다는 전자누나의 안내가 들리자
몸이 풀렸는지 달릴 만했습니다.
2km를 지나니 숨은 조금 차지만
계속 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5km를 내리 달렸습니다.

중간중간, 벅찬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오른쪽 다리 아킬레스건 파열로
봉합 수술을 받은 지 8년 만에
실외에서 가장 오래 뛴 기록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된 건 아니었습니다.


수술 이후 재파열이 두려워
뛰지 않고 조심조심 걸으며 지냈고,
그러는 사이 살이 찌고
신체 능력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올해 현장 부서로 오니
떨어진 체력과 운동 능력은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스트레스였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비록 느린 속도지만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내일, 그러니까 달리기 프로젝트 60일부터는
로드 달리기로 더 성장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잘하는 ‘꾸준함’으로
90일이 됐을 때,
오늘의 이 벅찬 감동을 웃으며 떠올리겠습니다.




[운동 일지 – 2025.8. 13.]
- 팔 굽혀 펴기 : -
- 맨몸 스커트 : -
- 달리기 : 16:29~17:15(5.01km)


몸무게 : 1.2kg 빠짐
눈바디 : 덩친 큰 아저씨
특이사항 : 허리색, 고글, 헤어밴드.... 살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