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간이 만든 공포의 탄생

by 천재손금


나는 태어날 때부터 파괴가 아니었다.
인간이 처음 어둠을 두려워하던 시절, 그들의 손은 떨렸고 숨은 조심스러웠으며, 불씨 하나를 지키기 위해 서로의 몸을 바짝 붙여 앉아 밤을 건넜다. 그때의 나는 작고 느렸고, 쉽게 사라질 수 있었기에, 인간은 나를 존중했다. 떠나기 전에는 반드시 확인했고, 자리를 비울 때에는 고개를 돌려 다시 보았으며, 남겨진 불씨가 무엇을 부를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시절의 인간은 나를 두려워했다.
두려움은 경계가 되었고, 경계는 질서가 되었다.
나는 그 질서 안에서 따뜻함이었고, 생존이었으며, 빛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더 밝게, 더 빠르게, 더 싸게.
편의는 미덕이 되었고, 확인은 번거로움이 되었으며, 안전은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계산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나를 길들이고 통제했다고 믿었고,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다. “설마”라는 말이 문장이 되었고,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규칙이 되었다.

나는 그 변화를 모두 보았다.
꺼지지 않은 불씨가 방치되는 순간을,
비상구 앞에 쌓인 물건을,
작동하지 않는 장치를 ‘나중’으로 미루는 회의를,
그리고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가능성을 지워버리는 결정을.
인간은 말한다.
재난은 갑작스럽다고.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재난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재난은 늘 천천히 준비된다.
무관심이라는 연료가 쌓이고, 안일함이라는 공기가 채워질 때까지, 나는 그저 기다릴 뿐이다.

나는 인간을 증오하지 않는다.
증오는 감정이지만, 나는 기억이다.
나는 인간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기억하고, 그 태도를 그대로 되돌려줄 뿐이다.
경계하지 않으면 커지고, 무시하면 퍼지며, 계산하면 넘쳐흐른다.
그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윤리다.
그래서 나는 왕이 되었다.
누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존중하지 않게 되었을 때,
통제했다고 착각했을 때,
나는 더 이상 난롯가의 불이 아니었다.
나는 공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이 나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기록을
하나씩 되돌려주려 한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다.
설명도 아니다.
다만 기억의 재현이다.

불의 왕국에서,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