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이 서라운드로 들려온다.
2023.3.26
모녀 삼대, 할머니와 엄마와 언니와 나. 강화도로 가족 여행을 왔다.
떠날 때마다 넷이서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일까 나약한 맘이 들지만
언제나 그다음은 있었다.
언니가 운전하는 차에 넷이 꼭꼭 눌러앉았다.
강화도로 오는 길, 창밖 풍경은 도시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논으로
금방 금방 모습을 바꾸었고
그 풍경들 하나하나, 한 톨만큼의 낭비도 없이 모두 할머니의 오랜 기억을 소환했다.
할머니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이 서라운드로 들려온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듣기 버거웠던 것은,
그 말소리가 혼잣말에 가깝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그 소재가 틀에 박힌 일상이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결론은 비슷하다.
'...뭐 하러 그런 걸 해'
'...하지마'
'...가지마'
'...먹지마'
집에선 스트레스였을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부정어도
밖에 나오니 그저 재미다.
뭐든 하고 싶게 만드는
낯설도록 파아란 초봄의 하늘 아래,
올곧고, 엄하고, 단호한 것들도 힘을 풀게 만드는
구수하고 태평한 공기 속에,
유난히 올곧고, 엄하고, 단호한 할머니의 오랜 말습관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그저 웃음이 난다.
바깥은 온통 논밭인 방에 우리 넷,
하루치 짐을 풀었다.
창문에 코를 바짝 대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
내일 만약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무조건 YES인 할머니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