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습의 단련일기 (4)
작년 여름 무렵, 나는 거의 매일 손걸레로 바닥을 훔쳤다.
청소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집안일이 휴식이 될 때가 있다) 바닥을 닦는 건 번거롭고 힘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바닥을 닦더라도 밀대를 사용했고 걸레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가끔 집에 엄마가 와서 방바닥을 손걸레로 닦아주곤 했다. 엄마는 손으로 닦아야 '구석구석 잘 닦인다'고, 그래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나는 심드렁했다. 걸레질은 아무래도 번거로웠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단 책상 앞을 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기가 거기일 뿐인 좁은 집 안을 서성이다가 엄마가 말리고 간 걸레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바람이었는지 걸레를 물에 적셔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작은 방이지만 구석구석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닦고 나니 살짝 땀이 났다. 바닥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로마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걸레를 적셔 방을 닦았더니 방 안에서 좋은 향이 났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닥을 기기도하면서 힘들여 바닥을 훔치고 나니 그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잊어버렸다. 어차피 그렇게 잊어버릴 일이었는데.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천명관의 소설 <고래>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여죄수인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가 뭐하러 청소를 하냐는 말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고 오래전에 누군가의 책장에서 꺼내 한번 펼쳐 봤을 뿐인데 이 문장을 좋아해서 외우다시피 하면서 자주 떠올린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쌓이는 삶의 먼지를 닦아내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해 여름에 나는 무력하거나 무력해서 화가 날 때마다 수도꼭지에 물을 틀었다. 걸레를 물에 퐁당 던져넣고, 꾸욱 힘을 줘서 걸레를 짜고, 철퍼덕 쭈그리고 앉아서 바닥을 훔쳤다. 그렇게 내 손으로 삶의 먼지를 닦아내다 보면 뿌연 마음도 같이 닦이는 것 같았다. 그 단순한 과정이 주는 위로가 좋아서 여름 내내 걸레질을 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최근 ‘혼자 일하면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 그 질문을 한 사람도 나와 비슷한 사정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혼자 일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멘탈 관리’이기 때문이다. 혼자 일하면 환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생각과 감정에 쉽게 고이고 마음에 먼지가 쌓인다. 스스로 창을 열어 삶의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일하는 기술 만큼 마음을 닦는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