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SOUL)' 후기
조의 여정도, 코니의 표정도, 도로테아의 물고기 이야기도, 많은 게 좋았지만. 상영관을 나오면서 마음에 남아있는 22의 모습은 우울증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선 “태어나기 싫어”라고 말하는, 아직 탄생 이전의 영혼이지만 한 인간의 “살기 싫어”라는 말로 치환한다면.
22를 세상에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역사 속 수많은 위대한 멘토들. 그들은 그들의 이름만큼이나 위대한 교훈을 심어주려 했다. 멘토링이란 건 그런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니까. 그러나 삶의 이유를, 삶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언젠가 성취하리라는 위대함 같은 건, 거대한 명분 같은 건 개학날까지도 들춰보지 않을 방학숙제나 마찬가지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우울증에 걸린 언니를 살게 하기 위해 다음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이름을 읊었댄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그리고 겨울이 오면 솔직히 이건 먹어줘야지.
피자를 베어 물고, 떨어지는 낙엽이 손 끝에 스치는 걸 느끼는 것. 걸음을 멈추고 음악에 귀기울이는 것, 친구의 삶의 여정을 묻는 것. 하늘을 보고, 좀 더 걷는 것. 사람을 살게 하는 건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세상의 모든 22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