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전복된 투싼 차량의 찌그러진 차량 문틈에 쇠지렛대를 넣고 운전석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우그러진 금속끼리 부딪치며 계속 삐걱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지만, 차량 문은 열리지 않았다.
ㅡ배 팀장님, 운전석 문이 심하게 파손돼서 이쪽으로는 환자 이동이 어렵겠는데요.
ㅡ잠깐만 내가 트렁크 쪽으로 진입해 볼게. 정대원은 2차 사고 날 수 있으니 차량 접근 못 하게 도로 통제해 줘.
자동차 후면 유리를 깨는 소리가 들렸다. 깨진 유리 조각을 밟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운전석 쪽으로 기어들어 왔다. 그 사람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ㅡ선생님, 구급대원입니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여성 구급대원의 몸에서 동네 어귀에 있던 커다란 아카시아의 달큼한 향기가 났다. 율이 누나를 처음 만난 날에도 만개한 아카시아의 진한 향기가 온 동네를 뒤덮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대답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 간신히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그리고 여성 구급대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ㅡ환자 의식 없어.
뒤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Jaw thrust, 기도확보완료.
편안한 잠에 빠져들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여성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ㅡ산소 15리터, 리저버 마스크.
ㅡ연결 완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수술방의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눈부신 백색의 수술등 아래로 푸른색 수술복을 입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제가 지금부터 하나, 둘, 셋을 세면 잠이 드실 겁니다
ㅡ하나.
ㅡ둘.
ㅡ셋.
셋이란 숫자를 듣는 순간, SF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하듯이 내 의식도 훅하고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