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혼자 있을 자유
나는 종종 혼자 여행을 떠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떠나고 싶을 때 떠날 뿐이다. 시간과 뜻이 맞는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서라도 떠나면 그만이다. 최근에는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이 꽤나 많아졌는데도, 여전히 일부는 혼자 여행간다고 하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몇 년간 이런 나를 봐온 엄마도 아직 나를 대단하고 특이하다고 하니 뭐. 사람들은 묻는다. '혼자 무슨 재미로?' '안 심심하니?'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그래도 전 좋은데요'.
혼자 여행의 장점은 너무나도 많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혼자 있을 자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일상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는 물론 점심시간에도 나만의 시간이 없고, 아무리 각자 방에서 지낸다지만 집에 있는 시간 역시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기 어렵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면 비로소 혼자가 될 수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내 마음에만 귀기울일 수 있다. 늦잠을 자고, 끼니를 거르는 것도 모두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 어쩌면 모순적이게도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가급적 호텔보다는 호스텔이나 민박, 즉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숙박형태를 선택하는데,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거니와 혼자 호텔방에 덩그라니 누워있는 그 차가운 기분이 싫어서다. 종종 사람들을 마주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의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니 괜찮다.
혼자 여행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머무를 수 있는 자유'이다. 나는 특히나 전망을 내려다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멍하니 전망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렇게 한 장소에서만 멍 때리며 한 시간 이상을 보내기도 한다. 카페를 가서도 마음 놓고 책을 읽거나 낙서를 끄적이고, 미술관에서도 내 속도에 맞춰 그림을 관람한다. 전부 누군가와 함께라면 쉽지 않을 머무름의 시간들이다.
'맘껏 걸을 자유'도 생긴다. 지금도 나는 여행지에서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20대 초반에는 왜 그랬지 싶을 정도로 원없이 걸었다. 특히 혼자 다닐 때는 더 많이 걷게 된다. 나는 해외에서는 웬만하면 혼자 택시나 우버 이용은 피하기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는 되도록 발품을 들인다. 당연히 걷다보면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오로지 내 체력에만 맞추면 되니 그것도 좋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동행도 언제나 환영이다. 함께 고민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순간이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나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면, 나에게는 홀로 떠나는 여행이 최고의 선택지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지 못하고, 내 사진도 충분히 남길 수 없겠지만 나 스스로와의 소중한 추억은 넉넉히 남는다. 그래서 여행은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