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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 DEE Apr 03. 2024

매콤한 40대

불닭볶음면은 맵다

나는 오늘도 불닭 볶음면 앞에 앉아 있다.


40대 중반이라는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에, 이 매콤한 면발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어쩌면 이 불닭 볶음면은 내 삶의 현재 상태와도 같다.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일상적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그 속에 숨겨진 매운 맛이 혀를 때리듯, 나의 현재 삶도 겉보기와는 다른 복잡한 맛을 지니고 있다.


불닭 볶음면을 먹기 시작할 때의 그 첫 입은 강렬하다.


마치 20대 초반의 나처럼, 세상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세다. 하지만 그 다음 입에서 서서히 느껴지는 매운 맛은 40대 중반의 나에게 인생이 던져주는 진짜 도전과도 같다. 처음에는 자신 있게 시작했던 것들이 점차 어려워지고, 때로는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들.


불닭 볶음면을 먹으면서 느끼는 묘한 쾌감은, 아픔을 견디며 얻는 성취감과도 같다. 한 입, 두 입, 세 입... 조금씩 진행될수록, 이 매운 맛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움과 도전을 겪으며, 나는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워간다. 불닭 볶음면 한 그릇을 마주하듯, 인생의 어려움도 결국은 하나의 과정이고 경험이라는 것을.


이 매운 면발을 다 먹고 난 후의 상황은 지금의 내 시간과 닮아 있다. 익숙해 지고 이겨 냈으리라 싶은 매운맛이 배를 아프게 한다. 괜찮다 싶지만 괜찮은게 아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젊은 나날, 못먹는 술을 먹으며 사람들과 어울렸던 정신력, 일주일 간 2시간 이상 자지 않으며 견뎌냈던 오기 등.

이 알싸한 맛들은 익숙함이라는 탈을 쓰고 숨어 있다가 유전자 시계의 초침이 일정 방향에 이를 때 어김없이 고통으로 발현된다. 고혈압, 지방간, 만성위염.


그렇다. 나는 이제 불닭 볶음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40대 중반의 사람이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다는 불혹을 지나고 있건만 모든 것에 흔들리기만 한다.

공자를 만날 수 있다면 당장에 찾아가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왜 흔들리기만 하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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