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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주영 Sep 28. 2022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농사일기 (19)

2022.09.06~15




태풍이 지나고 찾아온 ‘현타’



오전까지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어느순간 조용해지더니 맑게 개인 하늘이 야속하기도하고 시원하기도하다.  우리집, 그리고 내 주변에는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속상한 소식들에 먹먹한 마음을 안고 밭으로 갔다.







산쪽의 흙이 조금 무너져내렸지만 그래도 비닐하우스를 덮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 대가 다 넘어졌지만 생각보다 괜찮기에 울타리 밖 먼발치에서 상황 파악 후 돌아갔다.



2022.09.22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몇일 후 확인한 비닐하우스 뒷편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저 흙들을 어떻게 다 퍼낼 것인가. 고구마를 다 캐고 밭을 갈때 저 흙들을 퍼내야되는데, 내 일이 될 것 같아 너무 슬펐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되겠지.







방울토마토는 약 치는 시기을 놓쳐서 이미 소생이 불가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아끼는 아이들이니 일단은 세웠다. 가지도 처음처럼 곧고 크게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작고 말리는 아이들이었지만 세워주었다. 가지가 생각보다 벌레도 안먹고 껍질도 얇고 맛있어서 내년에는 가지를 더 심어서 장날에 내다팔까..?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아삭이 고추와 땡초! 계속계속 열리는 화수분 같은 고추! 가까이서 보면 아주 작은 새끼 고추들이 있는데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지는 아이들이라 조심스럽게 대를 세워준다.






오늘의 수확물들을 가지고 집으로 귀가.



이날 세운 대들이 몇일 후 불어온 돌풍이 다시 넘어졌지만 개의치않는다. 어쨌든 내가 했었다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내가 했었다는게 중요하다.


이번 태풍에도 마음 아픈 일이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애를 썼다. 우리 어머니도 본인의 할 일을 해내기 위해 태풍의 위력이 가장 세던 그 시간에 비옷을 입고 맨몸으로 출근을 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것. 내 삶을 내가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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