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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주영 Mar 24. 2023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농사일기 (22)

물도 사람도 알아서 자리를 찾아간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이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밭일을 할 시기가 왔다. 뭐라도 심기 위해서는 이랑을 만들어야했다. 오랜만에 하는 삽질이라 체력이 될까 걱정스러웠지만 일단 시도해보았다. 아래밭 아저씨께서 김사하게도 밭을 갈아주셔서 나름(?) 쉽게 이랑 하나를 만들고 올 수 있었다.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어머니와 함께 출동했다. 내일 비가 오기전에 많이 만들면 좋은데 오늘 몇개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하며 일단 이랑 하나를 완성했다. 큰 이랑을 하나 만드는데 대략 한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듯 하다.





만들고 잠시 숨을 돌리려는데 아래밭 아저씨께서 삽을 들고 올라오신다. 직감했다. ‘아, 쉬는 시간은 없겠구나.’ 그리고 아저씨와 뚝딱 만든 이랑 4개. 아저씨께서 이랑과 이랑 사이를 비닐로 덮으시길래 그러면 물이 어떻게 빠지냐고 여쭤보니


물은 다 알아서 낮은 곳을 찾아서 빠진다. 사람도 자기 길을 알아서 찾아가듯이.


우문현답이었다.





점심 먹고 난 후, 쉴틈 없이 고랑을 정리했다. 원래 우리는 많이 심기에는 벅차서 고랑을 넓게 만드는 편인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갈아져있는대로 만들어버렸다.





월요일, 점심 약속 후 비닐을 씌우러 갔다. 다행히 바람이 많이 안불어서 혼자서도 무리가 없었다. 사실 이 자리에 땅콩 심기로 한걸 깜박하고 비닐을 다 씌워버려서.. 허무했으나, 어차피 빈자리는 많으니 일단 만들어놓으면 뭐라도 심을 수 있겠지.





오랜만에 쓰는 몸이라 체력이 될까했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아직 밭에 가는게 마냥 행복하지 않아서 슬펐다.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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