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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a Dec 06. 2023

<여행의 이유>

김영하 작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인지 모르겠으나,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행'은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시작된다. 설레는 그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 있는 듯하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기 여행이든, 1-2년의 다소 긴 장기 체류든 다양한 형태의 많은 여행을 한 김영하 작가이기에 쓸 수 있었던, 그만의 독특한 여행 에세이다. 부모님의 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잦은 이사를 해왔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데 늘 위로가 되어 주었던 책은 주로 모험심 가득한 사람들의 여행기였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얼마나 여행을 사랑하는지, 그의 인생은 곧 여행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만이 진짜 여행인 것은 아닐 수 있음도 깨달았다. 



"이런 '비여행'보다 <알쓸신잡>에 가까운 것은 이른바 '탈여행'이다."



몇 년 전 방영되었던 <알쓸신잡>을 챙겨 보진 못했지만, 출연진이었던 그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이전의 모든 그의 여행은 철저한 일인칭 시점이었지만, 촬영 후 편집이 완성되고 방송을 보면 그 여행은 '여행하는 나'를 삼인칭 시점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어색하고, 신기하고, 때론 부끄럽기도 할 것이고.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의 옆모습, 뒷모습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또 나의 두 발로 걷느라 눈에 다 담지 못한 것을 카메라를 통해 다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편집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정작 여행을 했던 주인공이 경험했다고 기억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 편집자가 그리고 싶었던 시각적인 언어는 그 여행을 새로운 시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는 여행과 소설이 참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소설에 무의미한 사건이 거의 없듯이, 여행은 우리를 가장 중요한 곳으로 집중하게 한다. 여행 중 보고, 듣고, 맛보고, 만져보며 경험하는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느끼며, 여행자는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그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자기 자신이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더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짧은 길든 여행을 다녀오면, "그래, 집이 최고지" 하기도 한다. 그렇게 설레며 떠난 여행이었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여행의 여운을 즐긴다. 그리고 일상의 부재였던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우리는 일상을 또 열심히 살아간다. 아이러니하지만 집이 최고임을 깨닫기 위해, 일상에 더 감사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번 여행을 위해 또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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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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