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끝났다. 방영 기간이 꽤 길었다. 누구에게는 시시콜콜한 소재겠지만 나에게는 모든 순간이 새롭고 소중했던 시간, 정말 긴 시간을 드라마와 함께 울고 웃었다. 하지만 새드엔딩이다. 엔딩은 그냥 엔딩일 뿐이다. 드라마는 끝났다.
어릴 적 엄마랑 아빠가 싸울 때면, 평상시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순한 엄마가 사나워지곤 했다. 아빠가 자존심 부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냥 한 번만 더 참아주면 될 텐데.. 엄마는 그때마다 왜 한마디를 지지 않고 화를 내는 걸까. 부모님이 싸울 때면 억지 부리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이해하지 못했다. 현명하지 못하다고 엄마를 미워했다.
하지만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서야 알게 됐다. 엄마가 모두를 위해 얼마나 참고 희생하며 살아왔는지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아픔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가끔 나에게서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본다. 엄마의 미음을 이해함과 동시에 왜 나는 상대방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이가 든다고 다 포용력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보다. 다툼은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까, 멈추라는 신호일까.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평온한 날들 같았지만 불안한 날들은 불쑥불쑥 찾아왔다. 오늘 행복이 내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를 지키려면 결단이 필요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알았다. 이 관계의 문제는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있었음을. 내가 나를 일 순위에
두었다면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의지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후회는 마침표로부터 시작된다.
드라마가 끝났다. 절대, 다시는, 재방송은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열심히 울고, 후회하고, 내 몫으로 남은 엔딩 크레딧에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