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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두번째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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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ulia Feb 13. 2020

제주도 우리집

2년 반의 제주 생활을 마치고 육지로 올라온 나는 돌아온 다음 해 틈만 나면 다시 제주에 갔다. 짧게는 한 달에 한번, 길어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떠나기 전 휴가 스케줄을 조정하고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고, 숙소를 예약하고 렌터카까지 예약하고 나면 가기도 전에 조금 지친 느낌이었다.

제주도는 여전했고 반가운 장소들은 거기 그 자리에 있었다. 가성비 좋은, 때로는 비싼 숙소를 경험하면서도 한 구석이 편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좋은 침구, 좋은 전망의 숙소에 가서도 이건 기한이 있는 호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숙소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아도 칼 같은 체크아웃 시간에는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기분도 들었다.

왜 이렇게 어딘가 불편할까? 그동안 나는 제주도에 갈 때면 늘 ‘집에 간다’는 편안함이 있었다.

‘저기 우리집 보인다’

비행기 창밖으로 멀리 한라산이 보이면 산허리쯤 어딘가를 눈으로 더듬더듬 짚어가며 우리집을 찾아보고는 했다. 보이지 않더라고 그즈음 어딘가에 있을 편안하고 익숙한 우리집이 느껴지면 한결 마음이 따뜻해졌다. 반가운 마음에 집 현관문을 열어 아무도 없는 집에 '나왔어~'하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갑자기 제주도에 우리집이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큰 결핍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떻게? 꼬박꼬박 들어오기는 해도 한 달 생활이 빠듯한 월급으로 제주에 우리집을 갖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매매는 아예 고려 대상에도 없고, 전세도 언감생심.. 그런데 연세라면?

제주도는 특이한 월세제도가 있다.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받는 ‘연세’

건물 청소비, 유선 방송료와 같은 관리비도 12개월치를 한 번에 받기도 한다. 월세만 알던 내게 뭐 이렇게 한 번에 다 받아가지 싶었지만, 연세 1년 동안은 월세를 낸다는 의식 없이 편하게 지냈다. 월마다 임대인에게 월세와 관리비를 입금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게 제일이었다. 조삼모사지만 한 번에 월세를 내고 나니 지내는 동안은 집주인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 채 마치 그냥 내 집에 살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좋은 환경의 집을 구하려다 보면 연세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2-3달치의 월급에 맞먹는 비용을 선뜻 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5백만원 이상, 최대 천만원 정도의 금액을 단칼에 입금하기란 쉽지 않다. 더더욱 나 같은 베짱이는 쌈짓돈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금액뿐만 아니라 1년에 숙박하는 날보다 숙박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을 게 뻔한데 그럼 집도 관리가 안될 게 뻔하다. 사람이 살며 쓸고 닦고 해야 집이 유지된다고 들었다. 해결할 방법이 없을지 곰곰이 고민해 봤다.

나처럼 제주를 좋아하고 자주 제주를 찾는 사람들과 연세로 빌린 집을 쉐어한다면? 보증금, 연세, 관리비를 멤버들끼리 동일하게 부담한다면? 단기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는 금액으로 제주도에 우리집을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 이런 꿈을 공유하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지만 뭔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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