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했다. 글 쓰고 3년 만에 일이다. 누가 나 같은 걸 궁금해할까 했는데,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내용인즉슨 공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랄까? 사실, 나는 48살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3년 동안 두 권의 책을 냈고, 한 권은 출판 대기 중이다. 그 와중에 오페라(가극) 한 편까지 완성했다. 내년 상영 예정인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과 전국 문화 예술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공연이 잡혀있다. 내겐 첫 작품인데 운좋게도 어마어마한 사람들과 작품을 만들 기회를 잡았다. 영혼이고 피고 살이고 싹 다 갈아 넣었다! 오페라 제목은 '아파트'.
연주자와 가수가 연말에 폴란드에가서 녹음하고 전 세계에 유통이 된단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독일어 등등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이 되어말이다.
세상에... 말만 들어도 어질어질하다.
진정 내가 이런 작품을 썼다니....
향일암 가는 길
다음은 오마이 뉴스 최은경 기자님이 쓰신 인터뷰 기사인데 소장각이라 여기 남긴다.(사실은 자랑하고 싶어서 ㅎㅎ) 제목이 참!
“세상의 모든 ‘잔잔바리들’을 위하여.”
누구나 흑역사가 있다. 지금 잘 쓰는 작가라고 해서 과거에도 늘, 항상, 잘 썼던 건 아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얻는 기쁨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성장하고야 마는' 시민기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거다. 꾸준히 성실하게 써내는 그들의 묵묵함이 이룬 성취를 볼 때마다 박수가 절로 쳐진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당연히 작가가 된다.
2017년 4월 16일. 사별한 시아버지의 새로운 사랑을 응원하는 며느리의 글이 들어왔다. 누구는 극찬했지만, 누구는 그렇지 않았다. 채택은 했지만, 포털로도 보내지 않은 글로 남았다. 이유가 없진 않았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에 악플 공격을 당할 것 같아서 취한 조치였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 그 후로도 계속 채택이 되는 정도에 그쳤던 글들이 단숨에 신문으로 치면 1면 기사로 격상됐다. 오랜 경험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정말 드문 일이다. 어쩌다 한번 생긴 일이라면 내가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그 후로는 지금까지 상위권을 랭킹 하는 기사를 썼다. '2018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도 받았다. '명랑한 중년'부터, '그림의 말들', '사연 있는 클래식'까지 사는이야기와 예술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며 글을 쏟아내고 있는 문하연 시민기자 이야기다.
이유가 있었다. 그 뒤에는 그의 글이 가진 장점을 알아본 편집기자가 있었다. 그는 '신문사 편집자는 다소 엉뚱하고 실소가 터지는 내 글에 어떤 독자보다도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었다'라고 책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프롤로그에 썼다.
"지금의 제가 저도 놀라워요"
자신을 알아준 덕분일까? 그는 그걸 발판 삼아 '그간 나를 지탱해주었던 것들, 이를테면 미술 음악 문학에 대해 미친 듯이 글을 썼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그는 작가가 되었다. '그림의 말들'은 지난해 8월 <다락방 미술관>으로 출간되었고,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도 지난 6월 출간되었다. 그리고 연말쯤 '사연 있는 클래식'도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부럽다. 쓰는 족족 출간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복인가.
이 복은 출간에서 그친 것도 아니었다. 문하연 작가는 최근 오페라(가극) 하나를 완성했다. 아카데미에서 드라마 극본을 쓰고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가극이라니. 지난 6월 말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물었다.
"제가 쓴 쇼팽 기사를 보고, 전 MBC 다큐 피디님이 연락을 해 왔어요. 본인이 본 쇼팽 기사 중에 최고였다면서. 그 인연으로 라디오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방송 끝나고 피디님이 아는 분이 오페라 대본을 찾는다고 한번 넣어보라는 거예요. 평소 작사를 해 왔기 때문인지 오페라가 뭔지도 모르는데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 원고가 뽑힌 거예요. 잘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고치고 다시 쓰고 쓰면서 오페라를 배웠어요. 그렇게 내 몸을 갈아 넣는 글 작업을 두 달 가까이 했어요. 몰라서 했지, 알고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오페라요? 기회의 여신은 앞머리만 있어서 눈앞에 왔을 때 확 잡아채야 한다더니... 이런 경우가 그렇구나. 그래도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인지 한번 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작곡가님이 그러데요. 형식은 부족한데 텍스트가 마음에 든다고, 글에 품격이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대요. 그게 제 대본이 뽑힌 이유래요."
문하연 작가가 또한번 제대로 임자를 만났구나 싶었다. 글에서 음악으로, 그 다음은뭘까.
"사실 최종 목적지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거예요. 제 아이디가 화양연화잖아요. 정말, 그 말 그대로 됐어요. 나이 마흔여덟에 공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지금 여기까지 왔어요.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니고, 가극도 쓰고... 이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지금의 제가 저도 놀라워요."
이 말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예리한 편집기자가 내 옆에서 칼국수 면발을 흡입하며 말했다.
"기자님, 다음엔 그 이야길 써주세요. 저희 같은 크게 튀지 않고, 가늘고 길게 무난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잔잔바리들'에게 기자님의 이야기는 희망이 될 거예요. 기자님처럼 공적인 글쓰기 전 단계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썼다고, 그래서 읽는 독자들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게요."
과연, 처음 그의 글을 알아봐 준 당사자답다. '그렇게 문하연 작가의 다음 연재가 확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라고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쓸 무렵 또 기쁜 소식이 들렸다. 아무도 알려준 사람이 없는데 내가 먼저 알게 됐다.
페북 타임라인 여기저기서 2020 세종도서 선정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선정된 출판 관계자 혹은 작가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도서로 선정된 도서는 전국 공공도서관 등 2700여 곳에 보급되기 때문이다. 책을 사지 않는 시대이니, 작가들은 이런 데라도 기댈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다.
곧바로 550권 리스트를 다운받았다. 다행히 누구나 볼 수 있다. '지난해 출간한 내 책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단축키 Ctrl과 F를 눌러 빠르게 검색을 시도해 보았다. 찾을 수 없었다. 실망도 잠시, 아는 이름 석자가 들어왔다. 문하연 작가였다. 그림 속 숨어 있는 이야기 다락방 미술관. 그의 말이 환청처럼 들렸다.
"책을 내는 건 좋았지만, 세상에 누가 이런 글을 읽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벌써 6쇄를 찍었어요. 제가 계약한 이 출판사는 매달 인세를 줘요. 제가 이 나이에 인세를 월급으로 받는 작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기적 같아요."
아아, 빨리 보고 싶다. 우리 같은 잔잔바리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그의 사는이야기가.
이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나의 덕후를 자청하시는 시민기자님으로부터 인터뷰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했는데 뭘 또 하나 싶어 거절하려던 찰나, 내 신간,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를 읽고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설파하고 다니신다며 이렇게 좋은 책이 판매지수가 낮아서 속상하다고 했다. 나도 미처 확인 못 하는 판매지수를 확인하고 속상해하는 찐팬이라니, 가슴이 뭉클해져서 승낙했다. 낼모레면 그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