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nChoi Apr 29. 2024

휑한 방


   방이 휑합니다. 어쩌면 이리 깔끔하게 죄다 정리해 두셨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일주일 저희 집에 계시다 가셨습니다. 가시고 보니 허리도 불편하신 분이 어느 틈에 침구는 거둬 세탁해 널으시고, 방은 사용한 흔적이 없게 다 정리해 두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휑합니다. 


  6월에 또 와서 한참 머무시라고 청했는데, 오실 때마다 행여 당신 때문에 우리가 불편할까 봐 마음을 쓰십니다. 이 뭉클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따듯한 차를 한잔 조용히 마셨습니다.


  언제나 나를 안아주는 그 엄마일 것 같은 엄마가 호호백발 구순 노인이 되었습니다. ‘노모’라는 말은 마음이 시려오는 단어입니다. 


고려 후기의 학자 이곡(1298-1351)이 지은 노모에 대한 시입니다.     


노모 위해 집으로 돌아와 네 번째 맞는 봄 

올해 설에는 남몰래 가슴이 아파 오누나 

거울 속에 백발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맛난 음식 대신 약을 자꾸 올려야 하니까      


이곡은 부모님 연세가 73세라고 했습니다. 어머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그 어머니처럼 제 엄마도 백발에 드시는 약이 자꾸 늘어납니다. 바라보는 제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다가올 제 노년도 생각하며 남은 차를 마십니다.           



※ 시 출처 - 이곡,《가정집》제16권. 한국고전종합DB

※그림출처 - 최선혜, 《엄마의 담장》, 흐름 2023, 80쪽.

작가의 이전글 소에게 좋은 글 읽어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