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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방

by SeonChoi


방이 휑합니다. 어쩌면 이리 깔끔하게 죄다 정리해 두셨는지 모릅니다.


엄마가 일주일 저희 집에 계시다 가셨습니다. 가시고 보니 허리도 불편하신 분이 어느 틈에 침구는 거둬 세탁해 널으시고, 방은 사용한 흔적이 없게 다 정리해 두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휑합니다.


6월에 또 와서 한참 머무시라고 청했는데, 오실 때마다 행여 당신 때문에 우리가 불편할까 봐 마음을 쓰십니다. 이 뭉클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따듯한 차를 한잔 조용히 마셨습니다.


언제나 나를 안아주는 그 엄마일 것 같은 엄마가 호호백발 구순 노인이 되었습니다. ‘노모’라는 말은 마음이 시려오는 단어입니다.


고려 후기의 학자 이곡(1298-1351)이 지은 노모에 대한 시입니다.


노모 위해 집으로 돌아와 네 번째 맞는 봄

올해 설에는 남몰래 가슴이 아파 오누나

거울 속에 백발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맛난 음식 대신 약을 자꾸 올려야 하니까


그 어머니처럼 제 엄마도 백발에 드시는 약이 자꾸 늘어납니다. 바라보는 제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다가올 제 노년도 생각하며 남은 차를 마십니다.


모녀.JPG


※ 시 출처 - 이곡,《가정집》제16권. 한국고전종합DB

※그림출처 - 최선혜, 《엄마의 담장》, 흐름 2023,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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