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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May 06. 2024

어설픈 캣맘


  어떤 사람의 노고에 고마움을 모를 때 사용하는 속담이 있다.


 “고양이가 있으면 쥐는 저절로 가버리는데, 고양이의 덕은 알지 못한다.”


 우리 조상들의 고양이에 대한 고마움과 호감이 담겨 있다. 전통시대 우리의 문헌과 그림에서는 서양 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아직 찾지 못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넘어, 우리 고유의 정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고양이 그림을 잘 그린 조선후기에 활동한 화가 변상벽이라는 화가도 있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빈틈없는 묘사로 고양이를 그려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변고양’(卞古羊 또는 卞怪羊)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선비들은 그를 ‘변묘’(卞猫)’라고 표현했다. 다산 정약용도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칭송하는 시문을 읊기도 했다.     


  《예기》〈교특생(郊特牲)〉의 공소(孔疏)라는 구절에 따르면, 호랑이는 멧돼지를 잡아먹고 고양이는 들쥐를 잡아먹어 농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호랑이와 고양이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기록이 있다.  고양이는 농사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생명이었다.


   10년은 되었을 까, 현관에 경비아저씨가 계시던 아파트에 살 때였다. 어느 날인가 턱시도 냥이 현관에 쪼그리고 있다가 냐옹거리며 다가왔다. 슈퍼를 오가느라, 재활용 쓰레기 버리느라 현관을 드나들면 따라 들어오려 했다. 손을 내밀고 아는 척을 하니 다리에 와서 몸을 부딪히고 발랑 눕기도 했다. 무엇보다 적극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오려 해서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그때만해도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을 때였다. 하지만 보석같은 눈동자에 턱시도를 입은 듯한 깜찍한 그 고양이가 길냥이는 아니다 싶어 아저씨께 여쭤봤다.

  “얘는 어떻게 여기 현관에 있게 된 거예요?”

아저씨는 아주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해 주었다.

  “저 위층 사람이 이사 갔는데, 얘를 남겨두고 가 버렸어요. 어떻게 할 수 없어 일단 마당에 두었는데, 자기 집이라고 자꾸 들어가려 하네요.”     


  아... 분기탱천!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그 뒤 사연은 길지만 냥이집을 사서 참치캔으로 유인해 넣어, 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해 주고, 20대 여성에게 입양까지 성공했다. 캣맘의 대부 같은 어떤 분과 인터넷으로 소통하며 치른 입양이었다. 그런 행운은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지금까지 나는 서울의 거리가 슬프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추우면 날이 추워서 슬프다. 길에서 지내는 생명들이 마음에 걸려서...          



변상벽, 참새와 고양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변상벽, 고양이, 21.4x 17.2cm,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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