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을 한다고 평생 책상 귀퉁이 잡고 살았다. 인간 삶의 자취를 각 시기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어떤 의미로든 인간이 이루어 낸 업적과 차마 글로도 담지 못할 악행을 아울러 만난다.
인간의 역사에는 의미 있는 일만큼이나 정복, 전쟁, 학살 등 죄악도 끊이지 않았다. 많은 것을 이루어 내었지만, 많은 악행도 자행하였다. 방법이 교묘해서 미처 드러나거나 인지되지 않을 뿐, 그러한 동전의 양면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불가능하다. 좋은 일, 아름다운 일, 인간의 선한 면만을 보고 싶다면 동화책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존재는 있지만,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에선가 인간은 끝없이 악행을 자행하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범죄기사를 보면 늙으신 어머니는 혼돈의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니…”
거기에 나는 더 잔인한 답변을 한다.
“엄마, 인간은 저러고도 남은 존재예요. 더한 일도 수도 없이 저질러 왔어요.”
그러니 인간은 존경할 대상이라기보다 사랑해야 할 존재이리라. 방향이 틀어질 수 있는 본성을 교육으로, 훈련으로, 도덕으로 정제하지만 자칫 어긋나거나 금이 가고 만다. 그러니 인간을 더욱 선함으로 이끄는 길은 결국 사랑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