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대문에 쓸 시 한수
by
SeonChoi
Sep 1. 2024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쓴 시가 붙어있다.
한번 죽고 한번 살매 친구의 진심을 알 수 있고,
한번 가난하고 한번 부유하매 친구의 태도를 알 수 있으며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해지매 친구의 속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중국 한나라의 정승이 대문에 써 붙인 시라고 한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다가, 관직을 그만두니 아무도 발걸음 하지 않았다. 다시 관직에 복귀하니 사람들이 예전처럼 몰려드니 드나드는 사람 보란 듯이 붙여둔 시이다.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 오랜 지기와 동업을 해왔는데, 5년 만에 돈은 사기당하고 친구와는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단다. 어디 그 옛날 정승과 내 친구만의 사연이랴.
권세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삶이고, 북새통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만나며 살아왔다. 어느 날 법으로 엮어진 배우자의 원가족, 친구, 동료, 이웃사촌을 비롯해 걸어가는 길에 잠시 걸음을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
걷다가 부딪혔던 사람, 넘어질 때 손 내밀어준 사람, 그저 같은 길을 조금 걸었던 사람, 때로 마음에 돌 던지고 가버린 사람까지...
그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써 붙이게 될 나의 시 한수는 무엇일까.
일단 한 줄은 써 본다.
“아무튼… 나는 잘 지내.”
keyword
인간관계
감성에세이
친구
55
댓글
8
댓글
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SeonChoi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미안해하지 말자
저자
역사학자. 출간작가("슬픔도 미움도 아픔도 오후엔 갤거야"(2021), "엄마의 담장"(2023), "10km어디쯤(2024). 장편소설 "미안해하지 말자"(2025)
구독자
1,056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피서
청상과부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