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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님의 글을 읽다가

by SeonChoi

1. 박완서의 '미운 여자와 아름다운 여자'


"꿈 대신 욕심만 있는 여자, 끝없는 물욕을 높은 이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여자는 밉다.

자신의 성취욕이 온통 자식과 남편한테로 뻗친 여자도 밉다. (중략)

유명 라벨의 고급 옷으로 빼입고 노점상한테 천 원어치 사고 덤 한 알 더 얻으려고 악을 악을 쓰는 여자도 밉다.


여자가 아름답다는 건 한 가정에뿐 아니라 한 나라에도 큰 복이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 볼 만하다."

- 박완서 산문집,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문학동네, 2015. 202-203쪽의 글.


2. 독수리는 멋있기라도 하지


박완서 님의 글의 ‘여자’를 ‘사람’으로 바꾸어 끄덕이며 읽었다.

여기에 슬며시 나의 고백을 끼워 넣고 싶다.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 소통할 줄 모르는 사람,

상대방이 꺼낸 말을 독수리가 물고기를 잡아채듯 가져가 자기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

어떤 말이든, 가로채서 자기 말만 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마주함은 숨 막히는 일상이다.


그런 사람이 자꾸 미워진다. 미워하고 싶지 않아 피한다.

그래도 또 마주해야 한다.

- 봄비로 감성 터지는 날의 뜬금없는 고백


3. 인간에게는 위대한 소통의 능력이 있다.


가정과 나라가 고난에 처하는 까닭도 불통의 대명사들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꽉 막힌 곳은 곰팡이가 피어나고 썩기 마련인 법이다.

내 가정은 내 몫이니 오늘도 곰곰 나를 돌아보고 짚어보며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다짐한다.

이 나라는, 진정 소통하는 사람,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큰 복을 누리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저마다 목소리 높이는 이들을 바라보며, 외침이 아닌 소통의 정치인을 기대하며.


사진출처 : 며칠 전 다녀온 향일암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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