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나는 반딧불이라는 존재를 교과서에서만 보고 자란 세대다.
“옛날 조상들은 반딧불을 잡아 공부할 불빛으로 삼았다더라.”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호바루에 반딧불 투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Kota Tinggi Firefly Park, Johor)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
저녁 7시 30분 이후에 시작되는 코스였다.
배를 타고 강가를 따라 들어가
강변 숲 속의 반딧불을 관찰하는 일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겁이 났다.
‘강 위의 배’ 하면 늘 재난영화가 떠올랐다.
특히 “지금 뛰어!” 같은 대사가 나오는 장면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신이 나 있었다.
불빛이 나는 벌레를 직접 본다는 생각에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괜히 겁먹은 내가 웃겼다.
결국 배에 탈 땐 나 혼자 구명조끼를 제일 꽉 잠갔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져서 강은 까맣게 잠겨 있었다.
모터 소리만 들릴 뿐, 바람도 조용했다.
(개인적으로 이때의 고요함이 제일 좋았다. 적막 속에서 고요한 강바람을 맞는 그 느낌..)
가이드가 “조용히 하세요”라고 손짓하자
배 안은 금세 정적에 잠겼다.
그때였다.
숲 속 어딘가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곧이어 수십 개의 작은 불빛이
나무 사이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가리켰다.
“저기 있다!”
누군가 손전등이라도 켤까 봐
가이드가 손짓으로 말렸다.
빛을 비추면 반딧불은 바로 숨어버린다.
배 위는 그대로 고요했고,
작은 불빛들이 크리스마트 트리 위에 전구처럼 반짝거렸다.
조호바루 반딧불 투어를 계획한다면, 긴바지는 필수다.
모기 패치나 스프레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말 그대로 ‘입고 간다’는 생각으로 스프레이를 뿌리고 긴바지를 꼭 챙겨야 한다.
모든 일정이 끝날 무렵, 선착장 앞에서 풍등 날리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풍등 겉면에 우리 가족 네 명이 각자 소망하는 단어를 적었다.
“건강” 그리고 “사랑.”
풍등이 서서히 하늘로 오르며
작게 흔들릴 때,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그 불빛이 점점 멀어질수록
그날의 하루도 자연스럽게 끝이 났다.
밤공기 속에서 돌아오는 차 안,
아이들은 벌써 잠들어 있었다.
조용한 도로를 달리며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하루도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