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라는 나라는
직접 가본 적은 없었지만,
내적 친밀감이 유난히 높은 나라였다.
어릴 적부터 “청정국가”라는 말을
선생님들에게 수없이 들었고,
주변엔 이미 N회차 여행자들이 넘쳐났다.
게다가 마리나 베이 샌즈는
뉴스, 드라마, 광고 속에서
한 번쯤은 모두가 스쳐지나 본 싱가포르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언젠간 나도
“싱가포르 한 번 가봐야지.”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해왔는데,
정작 이렇게 조호바루에서 넘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1. 조호바루에서 싱가포르까지
조호바루는 말레이시아의 남단,
싱가포르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도시다.
우리 숙소에서 국경까지는 차로 약 30분 거리.
지도로 보면 ‘바로 옆 동네’지만,
실제로는 국가 간 이동이라 절차가 제법 번거롭다.
여권, 입국신고서,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약까지 챙겼다.
2. 출국 심사와 입국 심사
출국 심사를 통과하고,
다리를 건너자 곧바로 싱가포르 입국 심사대가 나타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줄의 길이에
잠시 후회가 밀려왔다.
“이게 그냥 새우국수 먹으러 가는 맞는 코스인가…”
아이들은 지루함을 달래려
가방 속 젤리를 꺼내 먹고,
아내는 “그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잖아”라며 웃었다.
결국 그 한마디에 힘을 얻었다.
3. 새우국수, 그리고 마리나 베이
두 시간 가까이 걸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인 부기스역에 도착했다..
첫 목적지는
현지인도 즐겨 찾는다는 새우국수 맛집이었다.
진한 육수에 육수 향이 확 올라왔다.
땀을 흘리며 국수를 먹는 그 순간,
왠지 여행이 진짜 시작된 기분이었다.
식사 후엔 마리나 베이 샌즈로 향했다.
실제로 보니 화면 속보다 훨씬 컸고,
건물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달랐다.
저녁이 되자 슈퍼트리 쇼가 시작됐다.
음악과 불빛이 어우러지자
아이들은 그대로 멈춰 섰다.
그 흥미로운 표정 하나로
이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4. 귀국길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금요일 밤이어서 그랬는지,
싱가포르에서 일을 마친 수많은 조호바루 시민들의 퇴근시간과 겹친 것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
아이들은 그대로 잠들었고,
아내는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라며 웃었다.
지도 위에서는 가깝지만,
체감상으론 서울에서 강릉까지 왕복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싱가포르를 이렇게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하루치의 무모함으로 다른 나라를 다녀온 것.
그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