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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두달살기] 조호바루 학원 고르기

by 크림치즈

가족 휴가라고 쓰고,
전지훈련이라고 읽는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공부보다는 함께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자고
아내와 굳건히 다짐했건만,


막상 조호바루에 도착하니
이대로 꽁냥꽁냥만 하다 두 달을 보내기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학원 투어가 시작됐다.


조호바루는 싱가포르와 가까워서 그런지
아이들 대상 학원이 꽤 많았다.

영어, 수학, 독서, 미술, 발레…
심지어 로봇 코딩까지 있었다.


“여유만 되면 국제학교 보내면서 살아도 좋겠다.”
아내와 웃으면서도,
괜히 마음속에서는 조기교육의 불씨가 타올랐다.


결국 최종 선택은
1. 영어학원
2. 영어 책 읽기 클래스
3. 수영 학원


공부와 운동의 균형을 맞춘 조합이었다.

그런데 진짜 충격은 수영 학원에서 시작됐다.


수영장에 들어서자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한 돌도 안 된 아기를
강사가 그대로 물속에 “퐁당” 던졌다.


처음엔 부모들이 놀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아기는 울지도 않았다.
오히려 물속에서 눈을 뜨고,
잠수까지 하며 웃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이건 진짜 전지훈련이 맞다.”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시키지 말자”던 우리는
결국 학원 셔틀 부모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는 거다.


이제 아침마다 “오늘 수영 있어요?”라는 말이
조호바루의 하루를 여는 신호가 되었다.


휴가라 쓰고,
훈련이라 읽는 게 맞다.
하지만 뭐, 이왕이면 재밌는 훈련이면 됐다.


한국에서는 저녁에 한두 시간,
주말에 하루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여기선 오후 4시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논다.


그 짧은 시간에 못 보던
아이들의 말투, 표정, 반응들이 하나씩 보인다.


공부는 잠시 미뤄도 괜찮지만,
이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걸 실시간으로 본다는 게
이번 여정의 진짜 보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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