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게 된 인도. 관심도 전혀 없었던 인도로 몇 개월간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신의 인도(引導)였을까. 지금은 조심스러울 인도 여행은 두려움도 무서움도 없었을 20대였으니 가능했다.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 11개국 약 40개가 넘는 도시를 다녔던 모든 여행이 즐거웠지만 첫사랑과 도 같았던 첫 배낭여행은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아 가끔 떠오르고, 언젠가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십 년이 넘게 묵혀두었던 ‘인도’에서 지낸 몇 개월간의 일기와 사진을 꺼내 과거로 돌아가 읽다 보니 웃고 또 그리워하며 추억을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반년을 넘게 ‘인도’에 지내며 여행을 했기에 몇 개월 만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듣고 싶어 했고 그때마다 이야기를 해주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나도 너무 가보고 싶다.” 또는 “나는 절대 가보고 싶지 않아.”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인도 여행을 다녀왔던 사람들 중에는 인신매매를 당할 뻔 한 사람도 있었고, 즐겁게 몇 주를 경험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또 가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사실 나에게도 인도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벵갈로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첫 한 달은 잡다하고 퀴퀴한 냄새와 숨 막히는 찝찝한 더위(몬순 시기), 오래 기다려야 하는 대중교통과 식당, 외국인에게 귀찮게 구는 사람들, 자주 끊기는 전기, 치근덕 거리는 인도 남자들, 싫어하려면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100가지쯤은 댈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나의 인도는 다이내믹한 상황 속 반짝거리는 모험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넓은 세상 안에서 신비로움을 마주했고 우연 속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성장한 나를 관조하며 인도를 조금씩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도에서 머문 6개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 짧은 기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