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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mazing India 02화

나 다시 돌아갈래

뱅갈로르에 도착해서

by Euodia

'나 다시 돌아갈래!'

뱅갈로르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처음 마음속으로 외쳤던 말이다.

인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라고 했던 이 뱅갈로르 공항은 낙후된 시골 고속터미널과 비슷했다. 싱가포르를 경유해 도착했기 때문일까, 맑은 공기에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도시를 관광한 몇 시간 후 도착한 인도가 이렇게까지 힘든 여정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낭만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로 인한 산소 부족(?), 인도 특유의 냄새와 시끌벅적함에 머리가 지끈지끈 속은 울렁울렁 정신이 혼미해 비실거리는데 공항밖을 나가기 전에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매우 당황해하고 있는데 모자를 쓴 공무원이 잘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화가 난 듯 뭐라 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출입국 신고서에 인도에서 체류지란(Address in India)을 정확하게 작성하지 않았다며 어디에 방문하는지 주소는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방문할 곳의 정확한 주소를 몰라서 대충 적었는데 정확하게 작성하라고 한다. 마중 나온다는 사람의 연락처를 작성한 후에야 공항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약간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 정신을 차리겠다 싶었는데 팔을 마구 붙잡는 릭샤꾼들과 택시들의 호객 행위로 인해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마중 나온 한국인이 있어서 약간 안도가 되었던 것도 잠시, 짐을 차 위로 올리고 끈으로 동여매고 차도인지 인도인지도 모르겠는 찻길을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함께 위험 천만하게 목숨을 부여잡고 달리기를 40분, 캄캄한 시골길로 들어서 낯선 집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도착은 했구나’ 싶어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바닥에 무언가 밟히는 게 느껴졌다. 커다란 트렁크를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바닥이 온통 시꺼맸다. 자세히 보니 개미였다. 작은 개미들이 아닌 산에서나 보았던 엄지손톱만 한 개미들이 마치 양탄자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유하느라 24시간 정도를 깨어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데다 밤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쉬고 싶었지만 짐을 풀기는커녕, 정전으로 물도 나오지 않아 물티슈로 겨우 얼굴만 닦았다. 8월 초, 한 여름이었지만 뜨거운 물에 샤워가 너무 하고 싶어 벌써부터 집이 그리웠다. 고단함에 금세 잠이 들었지만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동이 터 오는 시간이 되자 개미에게 여기저기 깨물려 결국 새벽에 일어나고 말았다. 잠자리에 예민한터라 앞으로 고생문이 열렸구나 싶었다. 나에게 인도의 첫인상은 암울 그 자체였다. 봉사 활동을 가기 전 새로 지은 집이라 시설도 좋고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웬걸…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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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위해 몇 개월간 머물기로 한 이곳은 뱅갈로르의 꼬타누르 라는 시골 마을의 한 고아원이었다. 고아원 옆에 있는 여러 사람이 묵는 새 집이었지만 시골이기 때문에 정전과 단수가 자주 일어났다. 단수가 되니 하루 종일 씻는 건 고사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어느 날은 정전으로 숙소에만 있다 보니 하루가 너무 길었다. 밤에는 촛불을 켜고 지내야 하는 날이 꽤 많았다. 60년대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든다. 분명히 고아원에 봉사를 하러 왔는데 너무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 탓일까. 어쩌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환경 속 말도 통하지 않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불편함 들로 하루하루가 길고 외로웠다. 마음과 몸이 지쳐서인지 처음 만나는 인도 사람들이 반갑지 않았다.

처음 아침으로 먹은 음식은 설탕에 절인 오트밀, 소금에 절인듯한 마카로니였고 점심은 눈물이 저절로 나는 계란 커리였는데 결국 첫날부터 위장이 뒤틀려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찰나의 괴로움은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게 했고, 첫 일주일은 그렇게 시간이 너무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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