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의 고질병을 고백한다.
나는 리셋병을 가진 자이다.
사람마다 발병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잘하고 싶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하늘을 뚫을 기대감과 이상주의, 완벽주의
알량한 자존심
의 합작으로 발생하곤 한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거 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며 시작한 연기.
그걸 시작하고 나서도 여러번 리셋병이 발동되었다.
이유는 연기를 못해서, 연기를 못해 보여서, 보여주기 부끄러워서, 얼굴이 이상하게 나와서, 몸짓이 이상해서, 내 필모가 보잘 것 없어서, 발성이 이상해서, 대사를 씹어서...
그래서 인스타도 지우고 다시 만들고, 한동안 블로그도 뜸하고, 브런치에 쓰던 글도 쓰다 말았다.
나중에 보면 왜 이리 내가 가진 것이 부끄럽고, 창피한 지.
그나마 이 블로그를 폭파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그리고 작년. 연기를 시작했던 7년 전에 비해 전혀 발전하지 못한 내 모습에 급격히 자신감이 하락했고, 슬럼프에 빠졌다. 내 가진 것과 노력이 부족한 것을 스스로도 알았으나, 오만하게도 내 마음 속 한 구석에는 30대 중반 쯤 되면 뭔가 빛이 보일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오만이었다.
불안했고, 조급했고, 실망했고, 촬영장에 가기도 싫었고,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고, 실제로 도망가고 회피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연기를 놓지도 못했다.
왜? 좋아하니까. 잘하고 싶으니까.
그렇다. 나는 아직 이게 잘하고 싶다. 이걸 좋아한다. 이걸로 성공 한 번 해보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적어도 내 자신에게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다.
동시에 여전히 나는 부끄럽다. 나의 부족한 모습이, 별 볼일 없는 모습이 말이다.
이렇게나 나는 모순적이고, 스스로에게 박하다.
얼핏 내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도 같지만, 실상은 자아가 현실에 비해 너무 비대해서 그렇다.
나는 나에게 실망한 이 순간에도, 항상 높은 이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이 현실에 발을 딛고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때론 나는 대책없는 사람이다.
(난 당신들이 비웃는 걸 다 봤어 ! )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런 인간이라면, 마음이 좀 다쳐도, 좀 힘들고 구질구질한 일들이 생겨도, 조금 더 가보려고 한다.
다만 이번에는 그럴 싸해 보이고자 하는 욕심을 좀 버리고, 덜 떨어진 모습이 있어도 용기있게 내보이고, 잘한 것이 있을 때는 두고두고 기억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리셋금지. 부족해 보이는 순간도 결국은 다 과정이다.
그러니 어쩌다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된 당신. 이것도 인연인데, 나를 좀 응원해 달라.
나도 어디선가 자신의 이상을 향해 달리는 당신을 응원하겠다 !
이러나 저러나 마음대로 안되는 인생. 꼴값도 한 번 떨어봐야지 않겠나.
나는 한 40까지는 떨어보려고 한다.
유혹이 없어지는 그 나이가 되면, 또 새로운 것이 보이겠지.
그 전까지는, 꼴값을 제대로 떨자. 후회가 없도록.
https://youtu.be/3wVQNwd8aWs?si=6K_nAuiNEp9rOC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