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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지 May 13. 2021

디퍼런트 'Different'

평범하거나, 특별하거나

Different
이 미친 듯한 시장에서 승리하는 사람들의 세상 경영법!



 마케터를 꿈꾸는 나에게 마케팅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베일에 쌓인 학문이다. 제품을 알리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져 나오는 경쟁 기업들을 모두 상대하려면 또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킬지가 고민이 된다. 이 와중에 문영미 작가의 “디퍼런트 Different”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 제목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듯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과 앞으로 추구해 나가야 할 ‘다름 different’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차별화’를 주제로 한 내용에 동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의 사례들이 함께 소개되었다.


흔히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지식은 언어에 비유되곤 한다. 하나의 문화를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사용되는 언어를 알아야 하듯이, 하나의 카테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에 따른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점이 언어와 참 닮았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카테고리에 대한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카테고리의 가짓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까? 그렇지 않다. “차별화하거나, 아님 죽거나.”라는 격언이 있듯이, 카테고리가 진화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제품들 간 차이를 인식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이는 곧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또한 카테고리가 다양해서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화 될수록 차별화보다는 제품과 서비스가 점점 비슷해져가는 ‘경쟁을 통한 차별화’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스타벅스는 아침 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매장 안에 커피바를 만들고 있다.’라는 구절이 참 인상깊게 와 닿았다. 이는 기업들이 평준화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구절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모든 카테고리에서 평균을 따라가려고 하기보다는 한 가지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평준화는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최고의 장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서술된 내용 중 ‘학생들에게 중간평가 점수를 알려주었더니 그때 이후로 모두가 오로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는’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의 강점을 더욱 키우려 하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주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내가 평소에 늘 고민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비단 마케팅에서만 국한된 이론이 아닌 것 같다. 나와 같은 경우는 창의성은 높은 편이지만 섬세한 면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하면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어쩌면 나의 강점인 창의성을 더욱 올리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장점을 두드러지도록 만드는 것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다. 이는 인간의 불안 심리에서 기인된 특성으로 주변을 의식하는 경쟁 심리가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식품 브랜드의 마케팅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요즘 파리바게트. 던킨 도너츠와 같은 베이커리 카페가 카페와 같은 느낌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려 커피 메뉴를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또한 얼마 전에 광화문을 지나가면서 들린 SPC 파리크라상에도 빵의 가짓수만큼 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팔고 있었다. 이렇게 기업들은 다양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한 가지 카테고리에만 집착하면 뒤떨어지겠다는 생각을 하여 여러 가지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내놓으며 경쟁한다. 이런 전략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욱더 비슷한 제품들을 판매하게 되고, 치열한 경쟁으로 ‘이종적 동종’의 특성을 띄게 될 수 있다.



 마케터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일을 하는 직업'으로 설명되지 않는가. 따라서 마케팅은 종종 심리적 현상을 밝혀낸 연구들과 함께 설명되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얼마 동안은 크게 열광을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신제품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 책에 설명된 심리학적 용어와 관련이 있는데,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동료 재키 스넬이 입증한 심리적 성향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특별대우를 자주 제공 받을수록 그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점차 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행복의 쳇바퀴’라고 하는데, 이는 어제 큰 기쁨을 느꼈던 상황을 오늘은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인 매커니즘이다. 마케터를 꿈꾸는 나는 심리학에도 관심이 있어 종종 마케팅 현상에 소비자의 심리를 적용하여 해석하곤 한다. 어떠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접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심리를 먼저 파악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면 좋을까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행복의 쳇바퀴’를 제품에 적용시켜 본다면 이를 거쳐 간 제품들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한 때는 품절대란으로 편의점 앞에서 줄을 서는 진귀한 광경을 보여주었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그 뒤를 잇고 있는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 요즘 주류계의 편의점 품절템이라 불리는 ‘곰표 밀맥주’까지 수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열띤 관심을 받다 빠르게 사라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시대에 같은 제품을 꾸준히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극히 드물다. 더 좋은 것, 더 새로운 것을 찾아 눈을 돌리기 바쁘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농심 새우깡,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와 같은 제품들은 어떠한 비결이 있길래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게 되는 것일까?



 이렇게 좋은 책 인양 소개를 해놓았지만, 어느 책을 읽거나 어떠한 경험을 하든지 간에 항상 아쉬움이 남듯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아쉬움들이 있었다.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다양한 브랜드에 관심이 많고 몇몇 브랜드에는 로열리스트이기도 한 나는 브랜드에 대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책을 선호한다. 호감 있는 한 가지 브랜드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특정 브랜드가 발전해 온 역사는 무엇이며, 실패했던 마케팅은 무엇이고 성공했던 마케팅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이용하는 브랜드인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 디퍼런트의 소제목인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_통일함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이디어 브랜드는 어떻게 세상을 경영하는가?’에 이끌려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마케팅 면에서 차별점을 가진 브랜드의 구체적인 예시들이 많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작가분이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아서일까. 기대만큼 브랜드에 관해 자세히 다룬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한 이론에 딸린 몇 가지 짤막한 예시들을 들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나와 같이 호기심이 넘치는 독자들을 위해 뒤 편에 ‘아이디어 브랜드 사례 연구’라는 부록을 만들어 추가적인 브랜드 사례를 적어두었다.


+ 이 부록에 쓰인 수많은 브랜드 사례들 중 특히 브랜드 이케아’와 ‘스와치’가 눈에 띄었다. 평소에 애정을 가진 브랜드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일 테지만, 이 두 브랜드의 마케팅은 굉장한 차별점이 있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맛을 준다.

이케아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많이 덜어낸 느낌의, 비주류의 이미지를 구축한 브랜드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DIY 작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뿌듯함을 경험하게 한다. 이케아를 다녀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입장과 동시에 격한 서비스로 환영받는 타 가구점과 달리 이케아는 입구에 연필, 노트, 줄자, 쇼핑백 등과 같이 쇼핑 전 챙겨야 할 것들이 놓여져 있었고 가족끼리의 단란한 쇼핑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심플했고, 자유로웠으며, 어쩌면 번거롭기도 한 독특한 쇼핑 방식을 제공받았다.


스와치는 기존의 보수적인 시계 시장을 강타한 스위스제 시계 브랜드이다. 오래전에 해외에서 돌아오는 길 면세점에서 팔찌와 같은 모양새를 한 독특한 디자인에 현혹되어 구매를 하게 되었다. 기존의 스위스제 시계 브랜드들은 고가의 귀금속 매장을 가야만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값비싼 악세사리의 표본과 같은 보수적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스와치는 시계를 ‘패션 아이템’의 카테고리로 넣어 기존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뒤엎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스와치와 같은 일탈 브랜드들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태도를 바꾸어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이론에 대한 설명에 브랜드들의 예시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덕분에 중간중간에 나온 브랜드들을 다른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며 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와 제품들을 다른 시각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까, 나아가서 ‘나’라는 사람은 남들과 다른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며 책 ‘디퍼런트’를 통해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마케팅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었다.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은 언제나 ‘세상 속’에 머무르며 인간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영진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을 때 마케터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다루며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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