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람이 부는 날..

이곳은 봄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by 정은영



창밖의 휑한 들판으로
세상에 모든 바람들을 모아 풀어놓았나 보다..
쉴 새 없이 창문을 흔드는 바람의 아우성은
곧 집안으로 들이닥칠 것만 같다
며칠째 밤마다 비명을 지르고도
성이 안 차는지
날이 밝아도 수그러들 마음이 없어 보인다

바람 위에 올라앉은 듯
소리에 민감해져
마음까지 바람이 휘몰아치고 심란하다

들판엔 여전히 미처 녹지 못한 눈더미들로
흰 얼룩을 이루고 있는데

바람의 쓰나미에 겨울의 잔재가 말끔히 훑어지는
산고를 거쳐야 화사한 봄을 맞을 수 있나 보다

저 난리를 치는데 어찌 땅인들
일어나지 않으며
두터운 나무껍질 안으로 꽁꽁 숨었던 생명의 기운이
연둣빛 잎을 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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