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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by 정은영

집으로 오는 길..

학교 파한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에
발견한 코요테 한 마리..

아이들을 데리러 온 수많은 차들과 걸어 나오는
무리의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불안하게
몸을 도사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쩌다가 길을 잃었니..
세상이 궁금해서 터전을 벗어난 걸까..
밤마다 함께 별을 세던 친구는 어디로 가고...

네가 서있는 그곳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돌아
힘껏 달린다면 네가 살던 갈대숲일 텐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너..
그 길은 거친 차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도로여서 가끔은 너처럼 길 잃은
너구리나 토끼에 죽음도 목격이 되는
위험한 길인데..

왼쪽으로 돌아가~~라고 외쳐보지만..
더 멀리 달아나는 녀석..

지구가 둥그니 그쪽으로도 한참을 가다 보면
언젠가 제집에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을 헤매다 돌아왔을 땐
너에 옛 친구는 널 그리워한 많은 날들이
슬퍼 그곳을 떠났을 수도..
아님 주택가에 밀리는 터전이 혼자서는
불안하여 지레 포기했거나...

이미 낯설어진 그곳에서
예전에 밤마다 쏴아아 듣던 갈대의 노래는
들리지 않고 반짝이는 별조차 그때 그 별이
아님을 알고 너 또한 잃어버린 것들을
회한하며 슬퍼하겠지..

달리는 차들과 사나운 개들을 조심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면 웃어주는 건 어때..
그들은 쉽게 네가 있던 곳으로 데려다 줄 수도
있을 텐데..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네가 겁먹고
달아나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가고 있는 이 길과 생각들이..
왼쪽으로..라고 외치는 주님에 음성을
듣지 못하고 반대로 달리진 않았는지..

가끔은 미련하고 연약하여
외치는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세상 즐거움을 쫓아 곁길로 가더라도..

확실한 주님의 간섭의 손길로 번쩍 안겨져
안전하고 순탄하게 가고 싶기도..

힘겹게 돌아가지 않도록 가까운 제집으로
코요테를 데려다주고 싶은 내 마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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