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에 가려진 그늘

by 향긋한

희미하게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집 안에 자욱히 쌓인 먼지가 천천히 소리 없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녀는 벌써 몇 주 째 화려한 방 안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사람들은 그녀의 화려한 모습에 모두들 속았다. 젊어서의 이른 성공, 외모가 수려해 주목 받았던 남편, 전문직에 번듯하게 취직한 아들까지. 그녀는 밖에선 완벽함을 연기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겐 오아시스였다. 그 시선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해도 괜찮았다. 모아 놓은 돈을 화려한 옷을 사는데 탕진해 버리는 것도, 당뇨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도 간식을 쌓아두고 먹는 오랜 습관 까지도 칭찬과 무관심 속에서 널뛰기를 하며 중심을 잃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녀는 혼자다. 정확히 25년 전, 전 남편과 이혼을 했다. 남편이 외도를 한 것이 틀림 없다고 확신하며 이혼을 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사실 자신의 욕심에 차지 않는 남편이 못마땅해서였다. 친구들의 잘나가는 남편들 속에서 내세울 거라곤 잘생긴 얼굴 뿐인 남편이 무능력해 보였다. 그 잘생긴 얼굴을 뜯어먹고 살지 못해 억울했다.


그녀는 자신 보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길 원했다. 어느 회사의 회장, 사장, 병원장. 남들에게 일부러 그들에 대해 은근히 자랑했다. 그녀의 에고는 향수 보다 더 짙어서 보는 사람을 눈쌀 찌푸리게 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향에 흠뻑 취해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났지만, 그 짙은 향에 결국 자신이 먼저 넘어지고 말았다.


벌써 수요일. 순면 레이스 잠옷을 입은 채 화려하게 반사 되는 핑크 벨벳 이불을 덮고, 소리 없이 아들의 이름을 되뇌이며 며칠 째 울고 있었다. 절대로 어느 누구 앞에서도 부족한 엄마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텅빈 공간에 아들의 이름만 힘없이 되뇌었다.



일주일 째 빵 조각으로 허기를 떼우며 빈 방안에서 티비 소음에 자신의 슬픔이 묻히길 바랬다. 이 모든 건 몹쓸 전남편의 소행이라고만 생각하면서 말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전남편이재혼했던 부인과 사별하자 25년 만에 아들에게 연락을 해왔다. 지금껏 부모 노릇 한 번 한 적 없었는데, 괘씸한 마음에 오랜 시간 분노로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얼굴에는 대상 포진이 몇 주 째 올라와 있었다. 그건 사실 그녀의 수치심이었다. 완벽함을 연기하던 그녀의 삶에 오점을 남긴 전남편이라는 하등한 인간을 선택하게 된 젊은 날의 자신을 향한 수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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