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마음

불안과 허영이 만들어낸 틈

by 향긋한

그녀의 전 남편 수환은 막내였다. 형은 명문 의대를 졸업해 대도시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가족들 사이에서 ‘흠 잡을 것 없는 완성품’처럼 대접받았다. 그 옆에서 수환은 '뭔가 될 줄 알았는데 애매해진 사람' 취급을 받으며 자랐다.

너는 항상 그게 문제야. 니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지?

유경과 수환이 싸우게 되는 이유 또한 자기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불안과 허영이 뒤섞인 그녀의 말들 때문이었다. 친한 대학 동기 부부와 둘러 앉은 연말 모임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연의 남편.

이태원에서 중식 레스토랑을 성공시킨 능력 있는 사업가.

그 옆에서 수연은 여유롭고, 단정하고, 안정된 숨을 쉬며 앉아 있었다.
그 분위기가 유경을 은근히 건드렸다.

찌르지도 않고, 그냥 가볍게 스치기만 했는데도 묘하게 아렸다.

그래서 말을 던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너는 진짜 시집 잘 갔다니까. 내 친구들 중에서 네가 제일 시집 잘 갔어.”

하며 친구의 남편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수환은 그 순간, 너무 익숙한 패턴을 읽었다.

누군가를 높이는 척하지만 결국 수연을 살짝,

아주 은근히 내려앉히는 유경의 방식.

수환의 얼굴 근육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그 떨림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수연이었다.


유경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환은 자신이 다시 ‘둘째 자리’에 놓였다는 걸 정확히 감지했다.

'또 시작이군.'

형의 그림자에 눌려 살던 시절,
자신이 잘났다고 말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늘 누군가의 발밑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내가
그를 다시 그 자리로 끌어내리는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눈썹이 아래로 살짝 굳어졌다.
이제 곧 유경이 '마지막 한 발짝'을 더 내딛을 걸 알고 있었다.


“왜 그래. 너야말로 수환 씨랑 결혼했을 때 난리였잖아. 연예인이랑 결혼하는 줄 알았다고.”

수환은 걸어만 가도, 다들 한 번씩은 눈길을 주는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유경 역시, 처음에는 그 매력에 마음을 열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유경은 말을 이었다.


“말도 마. 얼굴 뜯어먹고 살겠어? 바람이나 안 피고 다니면 다행이지.”


유경은 수환의 얼굴에 흐르는 기묘한 정적을 봤다.

눈빛이 살짝 이동했는데,
그건 화도 분노도 아닌,
무언가 결심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유경의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내가 바람을 피면… 그제야 너는 나를 쳐다보겠지?
그때가 되어서야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하겠지?’

순간의 상상은 금세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느리게 흔들렸다.
그리고 유경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잔을 들었다.


#소설

#욕망

#결혼

#이혼




작가의 이전글화려함에 가려진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