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상에 나가면 환상적일 거야. 매일매일 즐겁고 재미있고 활기가 넘치겠지, 하는 환상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그것이 내게는 외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었다. 외국에서 1년 반가량 살아보는 경험은 확실히 다이내믹했다. 이것이 바로 ‘넓은 세상’이구나, 환희에 찬 적도 있었고, 무척 고독하고 외로운 적도 있었다. ‘넓은 세상’을 다녀본 후에 나는 집에 돌아오고 싶었다.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당분간 몇 년간은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계속해서 낯선 곳을 헤집고 다니다 오니, 집은 새로울 것이 없는 공간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윌버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갔다. 세상에 좋지 않은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윌버가 사는 헛간은 평화로운 내음으로 가득했다. (It often had a sort of peaceful smell--as though nothing bad could happen every again in the world). 펀도 매일 와서 오랫동안 윌버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펀의 삼촌은 펀이 윌버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평화롭긴 하지만 윌버는 이내 따분해졌다.
“There's never anything to do around here."(아, 코로나 시대의 집콕 환경에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그러고선 이런 말을 한다. ”I'm less than two months old and I'm tired of living." 그는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되어 벌써 알아버렸다. 사는 건 싫증나는 일이란 것을.
이런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스스로 세상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거위. “You don't have to stay in that dirty-little dirty-little dirty-little yard.” 거위는 자주 말을 더듬고 버벅거리는데, 더듬거리면서도 유혹한다. 울타리 한 부분이 허술해! 밀치고 나와! 나오라구!
회사생활이 넌더리가 나는 마당에, 회사를 나오면 너무나도 재미있고 행복한 세상이 펼쳐진다고 바로 옆 사람이 계속해서 유혹하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드물다. 그처럼 윌버 역시 뭔가 울타리 밖 세상은 흥미로움의 결정체일 거라 생각하며 퀘퀘한 두엄더미, 자신의 공간을 탈출한다.
불난 집과 싸움판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기 마련. 불난 집도, 싸움판도 아니지만 갇혀 있던 동물의 탈출 사건은 다른 동물들의 대리만족 욕구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Every animal stirred and lifted its head and became excited to know that one of his friends had got free and was no longer penned up or tied fast. 요즘 같은 시절에 이 표현 알아두면 유용하다. ‘be penned up: 갇혀 있다.’ I was penned up in my room for two weeks(나는 2주 동안 방 안에 갇혀 지냈다.) 요즘 자가격리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적합한 표현이다.
이제 주커만 씨네 가족과 일꾼 러비는 모두들 윌버를 잡으려고 나섰다. It seemed as though everybody was after him. 거위는 옆에서 계속 훈수를 둔다. “Don't just stand there, Wilbur! Dodge about, dodge about!"(거기 서 있지만 말고 요리조리 피해!) 실제로 dodge는 ‘피하다’라는 표현으로 미드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수많은 동물들의 훈수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지친 윌버는, 먹을 것으로 유인하는 주커만 씨에게 넘어간다. 아니, 넘어간다기보다는 먹을 것이 있고 도망 다닐 필요도 없는 안전한 집이 좋아 보이기에 순순히 따라 들어간다.
윌버가 다시 그의 집에서 먹는 것을 보며 일꾼 러비는 이렇게 말한다.
“He's quite a pig"(대단한 돼지네요).
“Yes, he'll make a good pig"(그러게. 그는 좋은 돼지가 될 거야.) 주커만 씨가 말한다.
make는 이렇게 ‘~이 되다’ ‘~이 되기에 좋은 감이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되어 사는 게 싫증난다던 돼지 윌버는 이제 한바탕 탈출 소동으로 바깥 세상을 경험하고는 이렇게 마음이 바뀐다. “I'm really too young to go out into the world alone."(난 정말로 너무 어려서 혼자 세상에 나갈 수가 없어.)
일상 밖의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일까? 멀리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다가서면 생경하고 외롭고 거친 세계. 그것이 ‘일상 밖’이라는 세계의 특징일까. 그런 세계를 휘젓고 돌아다니다 오면 자신의 공간, 자신의 일상이 안온해 보이니 한번 휘젓고 돌아다닐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