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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영어공부 못 하나요?

영어 공부의 방법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강의를 이해하기 쉽게 하신다는 친구 말을 듣고 부랴부랴 카페에 가입해서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일단 제 공부방법에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 이유가 제가 자금사정이 좀 어려워서 학원 강의는(인강 포함) 한 번도 안 들어봤고요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순수 독학만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해서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똑바로 하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다 보니 스터디도 띄엄띄엄하게 되고 요즘은 약간 나태해지려고 까지 하는걸 순간순간 느낄 때마다 겁도 조금씩 나고요..

해서 선생님에게 조언을 좀 구하고자 합니다.

일단 시간은 잠자는 시간밥 먹는 시간 빼고 전부다 영어공부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휴학 중이거든요) 책은 BGIU -> GIUI -> UUEG 하고 있는데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 진도를 조금조금씩 나가 질 안고 한 UNIT 30개씩 정도 한꺼번에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까먹거나 이해가 부족하다 싶은 부분 있으면 다시 옮겨 적어서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요. (외울 때 무슨 공식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그 뭐라고 해 야하지.. 문법이 주는 느낌? 뭐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을 외우려고 합니다 해서 뭐지 뭐 주+동+목+보 인가 5 형식이니 이런 건 잘 모릅니다 --; 문법 용어도 잘 몰라요;; 기본적인 거 말고는.. 그거 때문에 친구들한테 놀림당하고 그런 것도 모르면서 공부한 거 맞냐면서 ㅠㅠ)

문법이랑 어휘 공부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고요. 리스닝 , 스피킹은.. 영화, 시트콤..... 을 이용한 공부를 하는데 --; 이거 말고는 다른 방식은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 CNN 라디오를 들어보긴 했는데 제가 딱딱한걸 좀 싫어해서 ;; (싫어한다고 안 하는 것도 문제니 이거원 ㅠㅠ) 일단 영화를 한 3번 정도 반복해서 봅니다 (제가 희한한 게 재밌는 건 계속 반복해서 보는 성격이라--; 좀 많은 영화를 접해 봐야 할 거 같은데도  그냥 재밌는 거만 보게 돼요 ㅠㅠ) 그다음에 영화 대본을 받아서 스피치를 하는데 영화 속에 나오는 인물을 하나 정한 뒤 그 인물의 대사를 지우고 나서 거기에 제 생각을 대입해서 다시 스피치 하는 건데요 물론 말이 안 됩니다 말해놓고 보면.. 문법에 맞지도 않고 이건뭐 영어인지 중동어 인지도 모르겠고.. 처음에는 뭐 차차 나아지겠지.. 했는데 이건 늘 생각을 안 하는 거 같고 말할 때 자신도 없고 (혼자 하는 건데 말이죠;;)

여기 까집니다.. 이게 제 현재 상황이고요.. 고민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네요.. 다 허사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고요..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고 그에 따른 공부 방식도 달라서 선생님께 딱 알려주세요! 이러기도 뭐합니다만.. 선생님의 의견도 좀 들어보고 해서 좀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보자는 생각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유명하신 선생님께 충고도 한마디 듣고 싶고요. 이 어린양... 뭐 좀 나이 든 양에게 소중한 구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음.. 아직 영어 관련 시험은 단 한 번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근데 목표는 시험은 아이엘츠를 목표로 두어도 되는지 그전에 토익이나 토플시험을 보는 게 좋은지.... 회화 쪽은.. 누구나 다 그렇듯 의사소통만 원활히 되면 되고요 (비즈니스 영어는 제 전공과는 거리가 좀..)

우선 "한 UNIT 30개씩 정도 한꺼번에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라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서 한마디 할게요.


집을 짓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설계도에 맞추어 차근차근 지어나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단 빨리 지어 놓고 잘못되었거나 부실 공사된 부분을 수리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의 경우, 매우 느리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즉, 집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 하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집을 다 짓고 나면 그 완성도가 매우 높고 디자인이나 견고함 등에 있어서도 매우 만족스럽겠지요? 하자 보수할 일도 거의 없고, 오랜 시간 살아가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 봐줘야 할 부분 말고는 크게 하자 보수 등으로 골치 아플 확률도 낮습니다. 애초에 좋은 재료들을 엄선해서 공들여지었기에 비록 시간과 공은 많이 들었지만 튼튼함에도 손색이 없어 몇 대에 걸쳐 집을 물려줘도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 아주 빠르게 집이 만들어집니다. 집 모양새가 금세 갖추어지니 얼렁 들어가서 살 수 있으니 좋습니다. 그러나, 막상 살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집답게 살려다 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수리와 보수 작업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그뿐이면 다행인가요? 사실은 집이 언제 무너질지도 몰라서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급한 대로 자재도 싸고 빨리 구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 썼더니만, 비가 와도 걱정이고, 바람이 심해도 걱정입니다. 태풍이라도 불어서 온 집이 통째로 흔들릴 때엔 정말 죽는가 보다 싶기도 하지요. 맘 같아선 완전히 무너뜨려버리고 새로 짓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납니다. 그때 그때 땜빵으로 하는 수리로 앞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지요.


님께서 선택하신 영어 학습의 방법과 길이 어느 쪽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제가 보기엔 님의 문법/어휘 학습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학습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을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됩니다. 공부란 것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 과정까지도 외면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내 성격, 내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 없다는 건, 그냥 배 째라는 말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게 공부에 많이 손해 되는 것이라 판단되면 버리던지 고치던지 해야 하는 게 맞는 말이지요. 적어도 최소한의 선이라는 건 있는 겁니다. 제가 말하는 것이 인간 개조의 수준이란 건 아니에요.


다음으로, '가난'이란 말을 어떤 정의에 맞추어서 하시는지 몰라도 저는 사실 학생들이 함부로 이런 말 담는 거 달갑지 않습니다. 진짜로 '가난'한 학생들은 그 말을 그리 쉽게 입에 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한 그러나 '가난'한 학생들은 본인들의 상황을 헤쳐가기에 바빠서 '가난'이란 것을 의식할 틈도 없습니다. 혹시 '가난'이란 말을 핑계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세요. 혹시라도 정말 '가난'한 학생이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책 한 권도 못 사서 남이 쓰고 난 것 얻어다 혹은 빌려 보는 그런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직접 만나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제 말에 상처받으실지 모르겠지만, 님의 영어 학습 상황은 제가 공부해 온 영어 학습 상황보다 몇백 몇천 배 부유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이것저것 원하는 외서들 비교하고 골라보는 것은 둘째치고 아무 거라도 구할 수나 있었으면 좋겠다던 시절이 무슨 갑오경장 때가 아닙니다. 그다지 늙지 않은(!) 제가 살아온 시대지요. 인터넷이라도 있어서 온갖 영어자료는 물론 정보, 사전까지도 그냥 무료로 해결되는 그런 세상이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랍니다. 님이 말하는 '가난'은 제게는 엄청난 부유함이고, 굳이 이런 고리타분한 세대차이를 들먹이지 않아도 저 시골 낙도의 친구들이나, 그야말로 인터넷은커녕 컴퓨터도 실컷 만지지 못하는 친구들 지금 이 시간도 수백수천 명입니다.


(그래도 전 영국에서 공부하고 해외 생활도 하지 않았냐고 하신다면, 저는 제 영어의 80% 이상을 이미 완성한 뒤에 영국으로 다시 건너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적어도 출국 전 제가 만든 그만큼은 대한민국 땅에서 된다는 얘기겠지요?)


제 수업을 들으시면 좋겠지만, 제 수업 못 듣는다고 영어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인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강의나 수업도 있지만, 돈 아닌 님의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살 수 있는 강의나 수업도 많습니다. 무료라고 다 허접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소위 샘플 강의들만 잘 골라 모아 들어도 웬만한 영어 책 한 권 진도 맞추겠다 싶더군요. 뿐인가요? 외국 사이트들 중에는 정말 유료보다 더 좋은 무료 자료들을 제공하는 곳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곳들에 대한 정보는 내가 조금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대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습니다. 

제 수업을 접하고 싶다면, 저는 이미 여러 채널로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매거진의 글도 그중의 하나지요.) 그 분량은 유료 강의에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왜 저를 유료 강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콘텐츠의 형식과 색깔을 맞출 뿐 무료라고 허술하게 대충 하지 않습니다. 물론 YBM시사의 제 다른 유료 강의와 연계되는 그런 내용들도 종종 나옵니다만, 상당수는 유료 강의와 상관없이 어느 분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무료 콘텐츠가 제 유료 강의를 듣는 혹은 이미 들은 분들에게 좋은 병행 및 후속 Lesson 이 되는 것뿐 아니라, 제 유료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처지의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제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기에 (훨씬 더 짭짤한 수입이 될 수도 있는) 다른 유료 강의 제안보다 더더욱 기꺼이 작업하거나 참여합니다.


무료로 진행되는 각종 세미나나 공개강좌 등도 찾아보면 굉장히 많습니다. 내가 독학하면서 미처 짚지 못한 점이나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 등을 얻어가기에는 이러한 단발성 행사가 상당히 짭짤한 경우가 많지요.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선발하여 무료로 유명 강사님의 오프라인 수업을 듣게 해 주는 행사는 은근히 많습니다. 저만해도 시원스쿨의 위런 그래머 강의의 경우, 동영상 촬영 자체를 학생들을 무료 초대하여 공개강의처럼 진행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무료 오프라인 특강은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들을, 목숨 걸고(?) 다녀도 모자랄 그런 좋은 수업도 제대로 안 듣는 분들 굉장히 많습니다. 며칠 지나면 출석생 수가 반으로 뚝이랍니다. 빈자리 채우자고 추가로 학생 모으고 그래도 또 줄어들고... 공부를 좌우하는 건 학생의 '의지'와 '노력'인 거죠, 결국.


마지막으로 학습법 얘깁니다. 님께서 선택하신 학습법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신 건지 모르겠네요. 여기까지 찾아와서 제게 조언을 구하신 것 보면, 이미 인터넷에서 여러 영어 학습 이론이나 의견, 정보들을 많이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글들을 보시면서 혹시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맘에 드는 것만 골라서 지금의 학습법을 유지하고 계신 건 아니신지요? 학습법의 선택에 '취향'도 반드시 반영이 되어야겠습니다만, 그것이 선택 이유의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적어주신 글만으로 속단하긴 어렵지만, 일단 본인의 Level과 동떨어진 수준의 문장(영화)을 무조건 거꾸로 영작부터 해서 speech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법 자체는 좋은데, 뭔가가 많이 건너뛰어졌기에 님 스스로도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님의 LEVEL과 맞고 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학습법을 하나 정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한번 가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뭔가 제대로만 공부의 방향이 잡히고 그대로만 진행하면 IELTS 이건 TOEFL 이건 다 잘 해내실 겁니다. 이에 대해선 네이버 카페의 제 글들을 검색하시면 정보가 많이 나올 것이니 더는 적지 않겠습니다.


일부러 카페까지 찾아 오셔서 긴 글을 쓰신 만큼, 저도 엄청 쓰지만 약되는 소리라고 생각되는 것을 아낌없이 드렸습니다. 제게 그냥 '파이팅' 수준의 한마디를 원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전 사실 글로 그런 공허한 아부(?)를 잘 못합니다. 영어로는 diplomatic 하지 못하달까요? 네이버 지식인 등에서 달콤한 말들은 쉽게 만나실 수 있으니까 저는 그냥 '악역'을 맡겠습니다. 너무 써서 뱉으시는 건 님의 선택이세요. :)




위 글은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라온 어느 학생의 질문/상담글과 그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브런치 매거진의 형태에 맞도록 약간의 편집과 수정이 있었습니다.


원글 보기: http://cafe.naver.com/satcafe/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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