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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무작정 오기만한다고 영어가 될거라 생각하지않는다

미국 미자 인터뷰가 두려운 어학연수생에게

미국 boston에 친척이 있어서 친척이 학교는 정해준다고 하는데요(올해 9월 시작 6개월짜리로)
문제는 이놈의 비자인데...
제가 올해 4월에 전역을 했고 학교는 휴학 중이네요.(내년 초 귀국해서 복학예정)
영어를 심하게 못하는 건 아니라서 특별한 결격사유 없는 제가 비자가 안 나온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거기다 외국서 일하는 삼촌이 감사하게도 추천서 한 장을 써주신답니다)
이번에 갑자기 비자발급이 좀 까다로워졌다 그래서 걱정이 심하게 됩니다.
계획은 다 세워 놨는데 비자 때문에 일이 성사가 안되면 머리가 매우 아플 것 같아요ㅡ.ㅡ;
비자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평가를 해서 수준 이하이면 탈락을 시킨다는데
제 경우에 어느 정도의 수준이 돼야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방식이나 난이도 구체적으로 겪어보신 분의 경험담을 듣고 싶어요!
오늘내일 중으로 해서 학원도 알아볼 생각인데 현시점에서 가장 도움이 될만한 학원 좀 추천해주세요...(그냥 혼자 하려니 정말 불안하네요)
듣기는 어느 정도 돼도 말하기가 완젼꽝이라서ㅠㅜㅠㅜㅠ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어를 심하게 못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셨으니 님의 경우엔 그다지 크게 걱정할 정도까진 아닐 것 같네요.


이번 어학연수 관련 비자 발급에 대해서 미국이 약간의 지침(?)을 결정한 것의 의도는 결코 어학연수를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을  panic 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그들, Native 미국인들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오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얘깁니다. 무조건 한국을 뜨기만 하면 영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일침을 놓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와 비슷하게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소위 말하는 '영어 단기 완성'에의 압박이 적은 어린 학생들 같은 경우도 아니면서, 그야말로 아무런 기초도 없이 영어 환경에 뚝 떨어져서 영어가 '제대로' 되기는 무척 힘듭니다. 


무인도에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미국인과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이 고립되었다고 가정해 보지요. 완전한 외국어 학습 환경이죠? 해외 연수를 가고자 하는 분들이 꿈꾸는 최상의 조건과 비슷하죠. 한국어를 전혀 쓸 수 없는 환경. 1년쯤 위에 둘은 서로의 언어를 얼마나 습득했을까요? 


그나마 무인도는 물리적으로라도 모국어 사용이 강제되지만, 실제 연수하는 곳에서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모국어와 거의 비슷한 한국어 환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습 효과에 대해 무인도만큼의 기대치도 얻기 어렵지요.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생활에서 필수적인 언어가 배제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편과 괴로움, 외로움 등은 기타 크고 작은 여러 부정적 현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어 습득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부분에서의 의사소통 부재/불편으로 인해 생기는 트러블 등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겁니다.


즉, 적어도 적정한 수준에서의 노력으로 영어 습득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정도의 '영어'는 갖추고 오는 것이 학생에게도 그들(미국인)의 커뮤니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이 그들에게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와 '영어'가 '저절로' 되기를 기대하지만, 정작 Native 인 그들은 그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연수를 통해 습득해야 하는 '영어'에 대한 생각도 상당히 다릅니다.


제가 영국에서 본 대다수의 유럽권 어학 연수생들의 경우 - 언어적 공통점으로 인한 이득도 있겠지만 -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기초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영국까지 와서 공부하고자 하는 '영어'는 가게에서 물건 사고, 역에서 기차 시간 물어보는 그런 '영어'가 아니라, 장차 영어가 필요한 업무나 분야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그러한 '영어'이거나, 모국어만큼이나 자신이 언제든 표현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불편 없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영어'입니다. 그들이 굳이 영국까지 와서 공부하고자 하는 영어는 이미 학습한 것에 대한 '실전 훈련'의 의미이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의 환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언어지요. 해당 분야에 몸담은 영국인들도 그것이 그들의 나라를 찾아온 학생들에게 해 주어야 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http://www.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249958


비자 인터뷰로 초점을 좁혀 볼까요? 찬반을 떠나서 비자 인터뷰라는 것을 한다는 의미는 자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을 무조건 다 환영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선별'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어의 입장에서 '영어'를 공부하러 가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 즉, 인터뷰를 하기까지 준비해 놓은 영어가 전혀 아니라고 판단되는 수준 - 과연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에게서 인터뷰어는 그 사람이 미국에 가려는 목적 자체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비자 거부의 결정적 사유가 될 수 있는 사항이죠.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때론 한국에서의 멀쩡한 직업까지 저버리고, 여러모로 불편하고 힘들 수도 있는 타국에서의 생활을 감수하겠다고 각오하여 인터뷰에 임한 학생인데, 인터뷰어가 보기에 1년 전후의 연수 기간 동안 배울만한 영어가 survival 정도라고 밖에 예상이 안 되는 수준이라면, 과연 저 사람이 정말 고작 그걸 위해서 이만한 소모와 노력, 지출을 하려는 것일까? 다른 목적으로 미국에 가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따라서 그간 충분히 어학연수를 가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온 분이라면 새로 내려온 비자 인터뷰 지침 정도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 학생의 특성상 인터뷰에서 드러나야 할 '말하기' 부분의 영어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경우, 인터뷰 자체에 대비가 될 만한 준비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안전'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level 이상의 영어'가 아닙니다. 그랬다면 편하게 TOEIC이나 TOEFL 같은 영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자만 인터뷰 가능... 뭐 이렇게 지침을 만들었겠죠. 


어떤 level 에 해당하고, 어떠한 과정의 어학연수를 하건, 인터뷰어의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만하고 현지 어학연수의 의미가 있겠다 싶은 분은 예전과 다름없이 비자를 받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Level 이 낮아도 본인이 충분히 미국 생활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적과 계획, 희망하는 연수 내용 및 기간 등이 납득할만하다고 전달된다면 비자를 받을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원을 운영도 해 봤고 강의도 했던 입장이지만, 학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무조건 미국 어학연수를 가려면 '우리 학원에서 대비해야 한다' '우리 학원만이 비자 인터뷰를 통과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족집게로 전수한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호도하고 겁주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필요 이상의 동요와 공포를 갖지 않기를 바라고요. 


상식적으로 어학연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공부 하시면 됩니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이 글에서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정히 겁나고 부담된다면 조금은 인터뷰에 맞춘 '말하기'를 준비하세요. 하지만 그조차도 상식적으로 '필요한' 공부에서 크게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냥 무작정 떠나기만 하면 영어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제 생각을 조금 바꾸어 보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작정 입국하여 '미국까지 왔는데 왜 이것밖에 영어가 안 되냐?'라고 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느낍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어학 연수와 어학 연수 기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이번 계기로 무분별한 어학연수에 대한 재고와 좀 더 바람직한 연수 문화를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습니다. 어학연수를 고려중인 학생들에게도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작용이 좀 더 많지 않을까요?




위 글은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라온 어느 학생의 질문/상담글과 그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브런치 매거진의 형태에 맞도록 약간의 편집과 수정이 있었습니다.


원문보기: http://cafe.naver.com/satcafe/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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