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Brompton Cemetery 런던 브롬튼 묘지 공원
알쓸신잡3에서 였던가? 김영하 작가가 여행하는 곳마다 묘지 투어를 한다고 했을 때 동지를 만나 반가웠다. 나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이 셰계를 떠난 이들의 마지막 발자국을 어루만지듯 묘지 사이를 걷는 것이 좋다. 영국의 오래된 묘지들은 특히나 아련하다. 무섭지도 을씨년스럽지도 않은, 그냥 조금 쓸쓸하지만 조용하고 평온한 그 공기가 좋다.
그래서, 이번 런던 일정의 시작은 Brompton Cemetery 로. West Brompton 역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 바로 펼쳐지는 메인 도로(?). 저 멀리 보이는 끝이 이 오랜 묘지의 규모를 대략 감잡게 한다.
길 좌우의 무덤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산책 시작.
무덤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고, 장식물도 다양하다.
특이하게도 공(?)을 쌓은 장식을 얹어서 눈에 띄더라. 무슨 의미일까?
묘비에 새겨진 글들을 보며 무덤의 주인과 그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거의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에게선 그만큼 두터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묘지의 역사나 정보를 담은 패널도 띄엄 띄엄 설치되어 있다.
입구부터 바로 시작되는 큰 길을 가운데로 하고 좌우로도 길게 길이 나 있고 그 사이사이에 오솔길들도 많다. 그냥 중앙길 직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경로와 분위기를 바꿔가며 산책이 가능하다. 규모가 정말 큰 묘지 공원이다.
주기적인 벌초와 관리로 깔끔한 한국의 무덤들과 달리 이곳의 무덤들은 길게 자란 풀들 속에 기울고 쓰러져있기도 하다. 그렇게 한 생이, 시절이, 이야기가 시간 속에서 스러져 간다.
묘비들에 새겨진 내용들로 추정컨대 대략 18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사망하신 분들의 무덤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직 그들을 기억하며 찾는 후손이 있는지, 꽃이 놓여있는 무덤들이 종종 보인다.
옆 길로도 가 보고, 오솔길도 거닐다 중간 중간 놓인 벤치에도 쉬어가며 묘지 공원의 입구 반대 끝 쪽에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살짝 달라진다.
좌우로 무슨 긴 회랑 같은 건축물이 대칭으로 있고, 묘지들도 구획별로 배치된 느낌...
굉장히 드라마틱한 느낌의 무덤이었다...
대로에 이어진 길들도 훨씬 더 잘 다듬어진 인상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간대의 묘지들일라나?
하지만 오래된 느낌의 묘지 구역도 있다. 계속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면 언뜻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이 묘지 공원은 정말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의 대형 아파트 단지 하나 보다 더 넓은 것 같다.
이제 묘지의 끝. 이런 건축물이 있고, 입장이나 통과는 안되는 듯.
되돌아가는 길은 저 회랑 안을 쭈욱 따라 걸어 보는 것으로...
회랑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침 날이 제법 좋아서 예쁜 하늘까지 한 몫 거들어 눈에 들어오는 장면마다 한 폭의 그림같다.
한쪽 회랑에서 바라보는 맞은 편 회랑.
회랑을 벗어나니 동물 친구들이 눈에 띈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게다가 꽤나 귀여운 다람쥐라니!
까마귀도 전혀 을씨년스럽지 않고, 비둘기도 밉지 않다.
동물 친구들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다시 입구.
그렇게 Brormpton Cemetery 산책 마무리.
이후에 이어졌던 정신없던 일정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소중했던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
헤아리지 못하는 시간과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안식의 담요가 되어 영혼의 깊은 잠을 보듬는 곳,
Brompton Cemetery 에서 그렇게 나의 런던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