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의 밤 1부

이 나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버거워졌을까

by 헬로 보이저


아웃백의 밤은 말이 없다.
도시는 늘 소리로 가득하지만, 이곳의 어둠은 사람을 재촉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오래 삼켜두었던 말들이 아주 천천히 밖으로 나온다.

그날 밤도 그랬다.
불을 낮춘 거실에서 데이비드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마치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주는 이제 저축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지금의 호주는 빚 위에 서 있는 사회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은 성실하게 일한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오면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다.
금리가 오르고, 차가 고장 나고, 기후 재난이 닥치면 사람들은 다시 빚으로 빚을 덮는다.
그렇게 쌓인 부채는 어느 순간 사람의 숨보다 커진다.
이건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대부분의 이야기라고 했다.

호주에서 집을 산다는 건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의 일로는 살아갈 수 없어 두 개, 세 개의 일을 한다.
파트타임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정규직은 보상받지 못하는 초과근무를 당연한 것처럼 떠안는다.
그렇게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과로하지만 보상은 적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사람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고 데이비드는 말했다.

호주는 한때 은퇴를 준비하는 나라였다.
젊을 때 일하고, 집을 사고, 저축을 쌓아 노후를 대비하는 삶.
하지만 그 방식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할 즈음에야 깨닫는다.
몸은 이미 망가져 있고,
가족은 흩어졌고,
관계는 오래전에 끊어졌다는 것을.

특히 70세 이상 남성의 자살률이
호주에서 가장 높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목소리는 조금 낮아졌다.

평생을 일로 자신을 증명해 온 사람들이
일이 끝나는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리고,
그 공허를 견디지 못해 삶을 내려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이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를 너무 오래 혼자 버티게 만든 결과라고 그는 말했다.

호주는 원래 이렇게 살던 나라가 아니었다.
집은 20년이면 갚을 수 있었고,
이웃은 서로를 돌봤고,
가족은 자연스러운 안전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호주는
그 공동체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늘어나는 분노와 폭력, 범죄는
돈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서 멀어졌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아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지금의 호주는
더 이상 호주의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기대며,
정작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 대한 선택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감각.

호주는 한때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자기 손으로 벌고,
자기 손으로 지켜온 나라였다.

“호주에서 만들면 믿을 수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좋은 양모도 가공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농장은 버티지 못해 팔려나간다.
그 땅은 다시
호주 사람의 손을 떠난다.

다윈 항구 이야기를 꺼낼 때,
그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99년 임대라는 이름으로
너무 조용히 내어준 땅.
너무 조용해서
돌이킬 틈조차 없었던 선택들.

“우리가 가진 걸
조금씩, 너무 조용히
내주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에는 분노보다
오래 쌓인 한이 담겨 있었다.
이건 정치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의 이야기였다.

한 나라가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침묵.

아웃백의 밤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는
사라진 나라를 다시 기억하려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가슴속에 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