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이야기 2

우붓, 질서와 본능 사이에서

by 헬로 보이저


아침의 우붓은 조용했다.
비가 지나간 뒤라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햇빛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랩 바이크를 불러서 숙소에서 10분 정도

왕궁 앞에 섰을 때
나는 여기가 관광지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우붓 왕궁은 크지 않았고
권력을 과시하는 장소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곳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오래 지켜온 질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문지방 하나,
기둥의 간격,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없는 선.

권력은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왕궁 안과 입구 주변에는
이빨을 드러낸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조금은 무서운 얼굴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들은 위협이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워 보였다.

이곳에서는
악을 없애려 하기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먼저 세워 두는 방식으로
질서를 지키는 것 같았다.

왕궁은 말이 없었고
조각상들은
그 침묵의 경계를 대신 서고 있었다.

왕궁을 나와
조금 더 남쪽으로 걸었다.
숲이 짙어질수록
사람의 말소리는 줄어들었다.


멍키 포레스트.

코로나 시절,
먹을 것이 끊기자
이 숲에서는
원숭이들끼리 영역 다툼이 벌어졌다고 했다.

질서가 사라지자
본능이 먼저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조금 긴장한 채
숲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지금의 숲은 정돈되어 있었고
원숭이들은 차분해 보였다.

사람들이 음식을 주고
공간이 다시 관리되자
그들은 다시
공존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딱 한 마리만이
나를 노려보았다.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그 순간 알았다.
이곳에서는
강한 것이 이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읽는 것이
살아남는 방식이라는 걸.

왕궁에서는
질서가 사람을 지키고 있었고,
숲에서는
먹을 것이 본능을 잠재우고 있었다.

인간도, 동물도
다르지 않았다.

우붓은
명상과 치유의 도시라 불리지만
그 속에는
아주 현실적인 균형이 숨어 있다.

아침엔 비가 쏟아지고
정오엔 숨이 막힐 만큼 덥고
오후가 되면
천둥과 번개가 일상처럼 찾아온다.

이 도시는
언제나
극단 사이에서 하루를 보낸다.

질서와 본능,
신성함과 생존,
관광과 삶.

나는 오늘
그 사이에 서 있었다.

멀리서 보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우붓이
왜 쉽게 다가오지 않는 도시인지.
그리고
왜 한 번 들어오면
오래 마음에 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