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이야기 1

의식이 하루를 이끄는 날

by 헬로 보이저

푸라달림 힌두교 사원


발리

이곳에서는
하루가 시계로 시작되지 않는다.

새벽부터
비가 쏟아진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기도 전에
땅은 이미 젖어 있고
공기는 무겁다.

우붓의 아침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고 했다.

아침이 되면
비는 잠시 멈춘다.
대신 열기가 올라온다.

햇빛은 짧고 강하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동해야 할 사람은 움직이고
준비해야 할 것은 이때 끝낸다.

그리고
정오가 지나면
하늘은 다시 표정을 바꾼다.

오늘은
그 평범한 리듬 위에
특별한 날이 얹혀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마다
긴 장대가 휘어져 서 있었다.
야자잎과 장식으로 만든
펜조르.

관광객을 위한 장식이 아니었다.
이건
이 땅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보는 신호였다.

오늘은
갈룽안(Galungan) 기간.

발리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시즌 중 하나로
조상신들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다고 믿는 시간.

그래서 이 기간에는
집집마다
마을마다
의식이 이어진다.

이건
하루짜리 행사가 아니다.
며칠 동안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시간이다.

그리고
내가 서 있던 곳은
이 마을 사원의 오달란(Odalan).

사원 창건을 기념하는 날.
마을마다 날짜가 다르고
그날만큼은
일상이 의식에게 자리를 내준다.

퍼레이드,
제물,
음악,
행렬.

모든 것이
멈췄다 움직였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멀리 떨어진 곳,
사람들 위쪽에서
조용히 바라봤다.

의식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것이고
여행자는
지켜보는 위치가 맞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갈수록
사진은 좋아질지 몰라도
의미는 흐려질 것 같았다.

시간은 흘렀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기다렸고
아무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의식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후 4시가 넘기자
하늘이 다시 어두워졌다.

우붓은
유난히 그렇다고 했다.

아침엔 비,
낮엔 열기,
그리고 오후 네다섯 시부터는
천둥과 번개.

그래서 이곳의 하루는
항상 오전에 끝난다.

오후는
하늘에게 내어주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땅이 어떻게 하루를 쓰는지는
분명히 봤다.

발리에서는
여행자가 일정을 정하지 않는다.
의식이 먼저 있고
사람은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그 흐름을 존중할 때
이곳은
조금씩 안쪽을 보여준다.

이 날은
관광의 날이 아니었다.

발리가
발리 답게 살아 있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