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도착한 날

첫 공기와 절차, 그리고 잠깐의 머무름

by 헬로 보이저

호주의 파란 하늘과 구름을 뒤로하고
여섯 시간을 날아 발리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끈적한 열대의 냄새가 먼저 들어왔다.
에어컨으로 정리된 공기에서
한 걸음만 벗어났을 뿐인데
몸이 바로 반응했다.

아, 여기는 발리구나.
짐이 나오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다.
괜히 마음이 먼저 불안해졌다.
이상하다고 느낀 감각은
대개 틀리지 않는다.


가방은 돌아왔지만
모서리가 완전히 찢어져 있었다.
그 상태로 베기지 서비스로 향했다.
나처럼 문제를 안고 온 사람들이
이미 줄을 만들고 있었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했다.
항공사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젯스타.
나중에 연락이 갈 거라는 말로
절차는 끝났다.


발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입국 전에 준비해야 할 서류가 조금 더 많았다.

비자, 어라이벌 카드,

세관 신고까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단계들이 이어졌다.


복잡하다기보다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며칠 전 온라인으로 수속을 모두 마쳤지만

공항을 빠져나올 즈음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


공항 문이 열리자

열대 특유의 끈적한 공기와 함께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열대의 비는

망설임이 없다.

쏟아붓듯 내린다.


공항 안에서

SIM 카드를 하지 않고 나왔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없이

공항 앞을 잠시 헤매다

겨우 그랩을 잡았다.


오늘은

잠시 머물다 갈 날이었다.

그래서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꾸따의 숙소는
시장 골목 안에 있었다.

오토바이와 차들이
쉬지 않고 지나갔다.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숙소에 이메일을 보내는 일을
잊지 않는다.

가장 조용한 방으로
배정해 달라고.

잠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 잠만 자고
다시 떠나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몸이 먼저

침대 쪽으로 기울었다.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새벽 네 시 반,

다시 눈이 떠졌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아침을 먹은 뒤

한 시간쯤 달려

우붓으로 갈 예정이다.

이제

숲으로 들어간다.


발리의 시작은

이렇게 조용하다.

어제는 공항 근처의
쿠타의 작은 숙소에서 씻고 쓰러졌다.

지금은 새벽 네 시 반.
아직 어둠이 남아 있고
숙소는 조용하다.


곧 아침을 먹은 뒤
한 시간쯤 달려
우붓으로 향할 예정이다.

도시는 잠깐이었고
이제 숲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그곳에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