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호주를 건너다

하루씩 이동하며, 나는 이 나라의 크기와 나 자신의 한계를 함께 배웠다

by 헬로 보이저

군디윈디 버스 스테이션


나의 이번 호주 여행은
아웃백에서 시작됐다.

많은 여행자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꿈만 꿔보는 곳,
지도에서조차 비어 보이는 땅.
나는 그 오지에서
이 대륙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사실 호주는
처음 만나는 땅이 아니다.
2년 전,
나는 크루즈를 타고
이 대륙의 해안을 한 바퀴 돌았다.

그때의 호주는
멀리서 바라본 풍경이었고,
이번의 호주는
몸으로 통과해야 하는 땅이었다.

시드니에서 머건디까지,
하루가 통째로 이동에 쓰였다.
비행기와 차를 갈아타며
숫자로는 짧아 보이던 거리들이
몸으로는 결코 짧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머건디는
600명 남짓이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불빛은 적었고
말도 많지 않았다.
그 대신
하늘과 땅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천국과 지옥이 함께 있었다.
광활함이 주는 자유와
고립이 주는 불편함.
차가 없는 여행자에게
이 나라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머건디에서 브리즈번까지도
하루가 필요했다.
15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버스와 대기를 반복하며
해가 뜨고 지는 걸 모두 보았다.
호주는
‘가는 나라’가 아니라
‘건너야 하는 나라’였다.

그 뒤로 길은
시계 방향으로 이어졌다.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케언스를 거쳐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며
아들레이드까지.

비행기와 버스,
공항과 터미널,
기다림과 이동의 반복 속에서
이 대륙의 크기는
지도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호주는
미국만큼이나 큰 나라다.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이 나라의 4분의 3을 도는 일은
관광이 아니라
통과에 가까웠다.

이동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단순해졌다.
여행은
풍경보다 체력이 먼저였고,
낭만보다 선택의 문제였다.

이 여정은
솔직히 말하면
20대에나 해볼 법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나에게 하나의 도전이 되었다.

쉽지 않았고,
다시 반복하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다시는 똑같이 할 수 없는 길을
한 번은 지나왔다는 사실이다.

호주는
한 나라를 여행한 기억이라기보다
하나의 대륙을
몸으로 통과한 기록으로 남았다.

거리로 배우고,
시간으로 시험받고,
침묵으로 이해해야 했던 땅.

그리고 이제,
이 긴 이동의 끝에서
다음 목적지는 발리다.
5시간 반의 비행으로
대륙의 리듬을 건너
섬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호주가
걷고 견디는 여행이었다면,
이제 시작될 동남아시아의 여정은
다시 숨을 고르는 여행이 될 것이다.

대륙을 하나 지나
여행은
조용히
다른 결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