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켜지던 밤, 글로우 웜

서든 아일랜드의 밤, 살아 있기 위해 빛나는 존재를 만나다

by 헬로 보이저


서든 아일랜드의 밤은 생각보다 늦게 시작됐다.
우리는 일부러 밤 열 시까지 기다렸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의 불빛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는 시간까지.

그 뒤로는
불을 꺼야 했다.
핸드폰도, 손전등도.

빛을 가진 채로는
그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체감으로는 삼백 미터쯤.
숲의 소리마저 낮아지고
발소리만 남았을 즈음,
어둠이 갑자기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처음엔 별인 줄 알았다.
하늘이 아니라
땅 위에 쏟아진 별.

그게
글로우 웜이었다.

호주의 글로우 웜은
반딧불이가 아니다.
날지도 않고,
아름다움을 위해 빛나지도 않는다.

그들은 애벌레 상태로
동굴이나 습한 숲 속 천장에 매달려
몸에서 푸른빛을 낸다.

그 빛은 장식이 아니라
생존의 장치다.

작은 벌레들이
그 빛을 별로 착각하고 다가오면,
글로우 웜은 끈적한 실로 그들을 붙잡는다.

살기 위해
빛을 켜는 존재.

그래서인지
그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조금 서늘했다.

빛이 흐르고 있었고,
천장은 은하수처럼 반짝였지만
그 모든 반짝임이
‘살아 있으려는 의지’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그 순간,
나는 말없이 서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직접 마주한 생의 빛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건 오래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다.
체크리스트에 적힌 목표가 아니라
마음속에 가만히 남아 있던 장면.

언젠가
이 빛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빛 아래에 서 있었다.

언젠가
이 빛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빛 아래에 서 있었다.

글로우 웜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전하고 있었다.

빛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빛나야만 했던 이유를.

그날 밤,
나는 조용히 소원을 하나 남겼다.

2026년의 나도
이 빛처럼 살 수 있기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반짝이는 삶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