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어둔 밤, 여행은 멈췄다

사진에는 남지 않는 여행의 진짜 기록에 대하여

by 헬로 보이저

북쪽 퀸즈랜드에서 며칠 보내고

에어리비치에서 프로서파인 공항까지,
그리고 다시 시드니까지.
이동과 대기를 모두 합치면 다섯 시간 남짓.

다시 기차를 타고
숲 쪽으로 두 시간 더 들어가
서던 하일랜드 번던둔의 숙소에 도착했다.

바다의 공기에서
숲의 냄새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너무 신선해서
나는 망설임 없이 창문과 문을 열어 두었다.

그리고 잠깐,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방 안은 이미 다른 세계가 되어 있었다.
모든 벌레들이
마치 이곳이 원래 자기 자리였다는 듯
조용히 들어와 있었다.

나는 호텔 프런트로 내려가
인섹트 스프레이를 받아 와
방 안에 연속으로 뿌렸다.
너무 독해서
마스크를 쓰고 잠시 밖에 나와 있어야 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다.

그게 초강력 스프레이인 줄은 몰랐다.
벌레들보다
나를 먼저 잡을 수 있다는 것도.

다음 날부터
몸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어날 수 없었고,
물을 마셔도 토했고,
약을 먹어도 다시 토했다.

이틀,
그리고 사흘.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잠과 깨어남을 반복했다.
여행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넷째 날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치킨 수프를 몇 숟가락 먹었다.
기름을 피해
맑은 국물만.

그리고
물에 끓인 오트밀 죽.

그게 전부였다.
그날 내가 먹은 음식은.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살아났다.

사진에는
이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여행의 기록에는
잘 찍힌 장면만 남는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여행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걷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처음으로 묻게 된다.

나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이번 여행에서
내 몸은 분명히 말했다.

“이렇게는 안 된다.”

여행은
강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몸의 신호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계속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이제야 배운다.

2026년 1월이 밝았다.

또 한 살이 늘었다.
하지만 사라진 것보다
쌓인 것이 더 많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건강과 사랑이
조용히, 그러나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