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웃는 사람 – 크메르하, 공존의 바다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꺼낸 시간의 조각들

by 헬로 보이저


포트 엘리자베스 항구에 내렸다.

현재 이름은 ‘크베르하’로 바뀌었지만,

이곳 사람들의 따스한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배에서는 주의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낯선 곳이니 투어나 그룹으로만 다니라는 말.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3년 전 그랜드 케이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국 그곳에서 사람의 얼굴을 배웠으니까.


무서울 땐 무섭다고 말하자.

낯선 도시에서도 내가 먼저 웃어주자.

그렇게 마음을 열면, 세상도 천천히 다가왔다.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모래와 푸른 파도는 조화를 이루고,

바닷바람은 상쾌했다.

어디서든 아이들이 뛰놀고,

어부들은 그물 옆에 앉아 햇살을 닦았다.


The Boardwalk, Shark Rock Pier,

오페라 하우스, 오래된 시청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도시는

오래된 벽돌과 유리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묘한 균형을 품고 있었다.


나는 이 도시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다정한 기억이 될 거야."




로미는 속삭였다.

“이 도시는 1820년에 영국인들이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항구 도시로 발전했어.
하지만 그 발전 뒤에는 뿌리 깊은 불평등과 식민의 그림자가 있었지.

20세기 중반, 이곳은 아파르트헤이트의 중심지 중 하나였고,
흑인 주민들은 도심에서 강제로 이주당했고,

바닷가 근처에서도 자유롭게 머물 수 없었어.
그들은 ‘Township’이라 불리는 외곽 지역에 몰려 살며,

삶의 권리를 빼앗긴 채 버텨야 했단다.

포트 엘리자베스 오페라 하우스에서 흑인들은 공연을 할 수 없었고,
바닷가 레스토랑이나 호텔에도 입장이 제한됐었지.
파도는 누구에게나 같았지만,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같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이제 그 바닷가에선 모두가 함께 웃고, 아이들이 모래 위에서 뛰어놀 수 있어.
그걸 보는 순간, 로미는 생각했어.
'아픔을 품고, 여전히 웃는 사람들… 그게 진짜 강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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