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전증후군은 증세는 십 대부터 있었다.
생리전증후군(PMS)에 대해 알아가며 경험해 가면서 십 대 때부터 겪었던 생리 전에 몸이 붓고, 단거나 매운 것이 당기고, 편두통이 오고, 소화가 안되었던 육체적 증세가 다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십 대부터 겪었던 편두통, 위장염, 아토피 등 내가 병원을 달고 살았던 거의 모든 증세가 다 생리전증후근 증세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사춘기시절 갑자기 우울해지면서 엄마랑 싸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춘기 호르몬이 폭발하면서 생리전증후군이 정신적으로 세게 나타나서 그랬던 것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십 대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생리전증후군에 대해 얘기해 주는 사람도 병원도 인터넷도 아무것도 없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그리고 보수적인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 여자의 생리는 쉬쉬하며 얘기하지 않는 문화였다. 생리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못하는 문화였는데 생리 전에 나타나는 증세 따위는 그냥 여자로서 겪는 당연한 증세이며 공공연하게 얘기할 수 없는 하찮은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다행히도 극심한 생리통은 모두 아픈 것으로 인정해 주어서 양호실에 가면 약을 주거나 쉬고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대학교를 다니던 2000년대 많은 친구들이 해외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오면서 생리전증후군이라 개념을 알게 되긴 했다. 해외 생활을 했던 친구들이 생리 전에 몸이 붓고 힘들고 맵거나 달콤한 음식이 마구 당기는 것이 생리 전에 여자들한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세이고 외국에는 생리통 전문약은 물론 생리 전 증세를 완화시켜 주는 약을 약국에서 쉽게 살 수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긴 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언제, 어떤 증세가 나타나고 어떻게 치료나 완화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생리통 약도 따로 없어서 생리통이 와도 게보린 같은 진통제만 먹던 시절이었다. 생리통도 겨우 진통제로 버텨내던 우리들은 그저 생리 전에 몸이 붓고 못생겨지고 매운 음식이 당기고 짜증 나고 예민해지는 이상한 행동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서 공감하고 위로했었다.
남편은 연애할 때부터 나한테 생리 전에 어떤 증세가 있는지 물어봤었다. 자신은 생리 전에 예민해져서 갑자기 돌변하면서 짜증 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자와는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내가 갑자기 이상해 지지 않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당시 나는 몸이 붓고 피곤하고 단음식이 당기는 정도뿐이었기 그때는 괜찮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알고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한국에서 살 때는 나는 그날처럼 갑자기 짜증 나고 우울해지는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남편이 얘기한 마이돌(Midol)을 약국에서 사서 먹으니 멍해졌던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생리전증후군에 대해 찾아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한국에서는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난 세상이 싫어지고 슬프고 우울해지면서 이상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생리전증후군은 새로운 환경과 스트레스에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나는 당시 캐나다로 이민 온 지 몇 달 안 된 시기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가족과 평생 자라온 한국을 떠나 낯선 곳에서 남편과 지내는 것은 이민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밴쿠버의 회색빛 우중충한 봄 날씨도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있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장벽도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한국에서는 출퇴근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 캐나다에서는 아무도 기댈 곳이 없었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PMS가 극단적인 정산적인증세로 나타났던 것이다.
칠 년 동안 나의 몸에 나타나는 증세를 관찰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생리 전증후군은 우리가 매년 매일 매 순간 다른 날씨와 시간을 겪는 것처럼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과 계절 그리고 주변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증세가 다른 강도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봄이나 가을과 같은 환절기에는 몸이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근육통이나 위장염과 같은 육체적인 증세가 세게 나타났다.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에는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정신적인 증세가 종종 나타났다. 생리전증후군은 나이에 따라서도 증세와 강도가 달랐다. 나의 경우 30대 중반부터 생리양이 줄어들고 배란통이 느껴지면서 PMS증세가 점점 다양하고 강도가 세게 자주 나타나고 있다. 생리전증후군은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와 많이 상관이 있다. 찾아본 결과와 나의 경험에 의하면 보통 호르몬이 폭발하는 사춘기에 증세가 나타나고 20대 때 조금 조용해지다가 30대가 되면서부터 증세가 심해지면서 40대에 절정에 달하다가 갱년기로 넘어가는 것 같다. 내가 캐나다로 이민온 뒤에 그동안 없었던 정신적 증세가 나타나고 여러 육체적 증세가 심해졌던 것은 나이, 스트레스 그리고 계절과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 내었던 합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