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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썸머 Jun 25. 2023

다단계 종교모임에 가는 건 아니지?

너와 나의 독서 성장기

혼자 읽기 시작하면서 소홀해진 엄마 덕분에 만화책에 빠졌던 아이는 스스로 꺼내 책을 읽는 시간이 사라졌다. 만화책을 꺼내 읽고 즐거워하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다시 예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책 읽는 시간이 둘이 푹 빠져 애정을 나누던 가장 따스했던 시간이었기도 했으니까.


새벽기상에 익숙해진 나는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열심히 읽고 있지만, 제대로 읽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은 것인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다른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 무렵 두렵지만 용기 내어 아이를 데리고 주말 새벽 독서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평일 새벽 엄마 따라 번쩍번쩍 눈뜨던 아이였지만 주말에 알람이 울리고 강제적으로 깨우니 눈도 뜨기 싫어하고 칭얼거렸다. 전 날 밤까지 열심히 읽고 나눌거리 생각했는데 못 가면 너무 속상하니까, 아이에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정말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읽었어. 그리고 같이 읽은 사람들과 나누면 정말 좋거든. 그런데 못 가면 기분이 어떤 까?" 그리고 마음을 잘 전달했고, 아이는 나를 이해라도 했다는 듯이 체념한 모습이었다.


"네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 축구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못 가게 된 거야. 엄마가 가지 말라고 했어. 그럼 기분이 어떨 것 같아?" 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 순간에는 아이에게 협박으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이어도 서로를 위해 무조건 적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이의 스케줄에 맞추어 살아온 엄마임을 잘 알고 있던 아이는 무언의 긍정표시를 했다. 그리고 같이 가는 길에 계속 이야기했다. 엄마는 책을 읽고 같이 나누면 왜 좋은지! 그리고 매주 토요일 힘들 텐데도 같이 가주어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런 말이 있다. 언니가 모델지망생이라 언니 따라 오디션에 갔는데 언니는 떨어지고 따라간 동생이 모델이 되는 경우, 가수 오디션에서 따라온 동생만 붙는 경우, 같이 가자고 꼬셔서 갔는데 친구만 붙고 나는 떨어지는 그런 경우가 많이 있다고.


자기계발하고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고,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매주 토요일 6시 30분 자는 아이를 깨워서 독서모임에 데리고 다니기를 몇 년, 항상 엄마의 의자뒤에 붙어 앉아 기대고, 졸고, 머리 아프다고 하고 시간을 때우며 힘들어하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어머, 넌 어떻게 이 시간에 이곳에 왔니?" " 몇 살이에요? 정말 멋지다."라는 폭풍관심과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제법 동생들도 왔다. 아이는 동생들 앞에서 멋있고 싶어 졌던 것 같다.  갈수록 아이는 의젓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독서모임의 어엿한 회원이 되어 누가 이번주에 안 나오셨나, 누가 발표를 하나, 이번주 책은 어떤 내용인가 살펴보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독서모임의 큰 수혜자는 내가 아니라 아이였다.


사실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고민도 정말 많이 했다. ( 남편은 다단계 종교모임에 빠진 게 아니냐면서 날 의심하기도 했다.) 모처럼 토요일 아침 늦잠 좀 잘 수 있는 아이를 캄캄한 새벽부터 깨워 어르고 달래고 안되면 엄마만 간다고 협박? 해가면서 내가 이렇게 까지 하며 독서모임에 나가야 하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매주 매 순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녀오면 정말 좋았다. 아이는 자존감을 채우고 자신이 스스로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함께 좋은 에너지를 나누고 꿈을 꾸고 서로를 응원해 주며 격려해 주는 그 모임이 참 힘이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지역 새벽 독서모임의 최연소 매주 나오는 연속 멤버가 되었고, 우리는 함께 그 시간을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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