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결심
2019년 6월, 6개월의 육아휴직을 냈다. 6개월이면 아이를 천천히 어린이집에 적응시키고, 살찌울 수 있는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기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자리를 6개월 이상 비우기 좀 불안했다. 하지만 6개월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3월에 들어가는 아이의 새로운 어린이집 적응기간까지는 더 쉬는게 낫다고 생각하여 어렵사리 회사에 말을 꺼냈다.
첫번째 휴직 연장을 신청한지 한달 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점차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뻗치기 시작했고 아이는 나와 24-7 단짝친구가 되었다. 그 때는 '휴우 복직 안하길 잘했다. 회사 다니고 있었으면 큰일날뻔 했어...' 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 날짜가 다가와도 바이러스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3월에도 복직 못하는거 아냐?' 그리고 어린이집의 공지사항이 떳다. '바이러스가 잠잠해 질때까지 무기한 등원 연장' 두둥.
선택의 여지없이 두번째 복직 연장을 신청했다. 다행히(?) 신천지로 온 나라가 뒤집어 졌을 때라 나의 휴직 연장은 누가 보기에도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이였고, 나도 별 미안함 없이 회사에 통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달 반이 지났다. 기세는 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정상등원을 할 수 없는 상태... 또 한 번 연장해도 회사에서 이해는 해주겠지만 그래도 '세번째 연장'이라는 횟수가 주는 압박감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를 이기적인 팀원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래도 자기들도 아빠 혹은 나중에 아빠가 될 사람들인데 이해해 주겠지' 어떻게 얘기를 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회사 빨리 가고 싶은데, 상황이 참 그러네요~ 어쩌죠. 복직해서 재택으로라도 일을 시작할까요? 아님 좀 더 기다려 볼까요?' 내가 아쉬운 통화를 하는 건 언제나 어렵다.
다행히 코로나로 회사업무 양도 좀 줄어있었고, 재택으로 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세번째 연장이 결정됐다. 또 다시 아쉬운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아 넉넉하게 3개월을 더 쉬기로 했다. 그리고 그 복직이 다시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남편도 양가 어르신들도 아직은 불안하니 좀 더 쉬는게 맞지 않냐고 한다. 하지만 애초 6개월 쉬기로 했던 것이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있었고, 주변에서 하나 둘 아이들을 등원을 시키고 있기에 참 고민되는 상황이다. 사실 그 고민에는 아이를 원에 보낸 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함도 있지만 그것 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1년 동안 세상과 동떨어져 살았었기에, 그리고 아이를 낳고 보냈던 불안정했던 회사생활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기 두려운 마음도 분명 크다.
그래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피하지 않고 내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 보기 위해, 흔들릴 내 일상에 피난처를 만들기 위해.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며 썼던 글 '밀레니얼 워킹맘'을 다시 읽어봤다. 그 때의 나는 여전히 확신이 없긴 하지만 지금의 나보다는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세상속에 두 발 푹 담그고 걸어봐야지. 그리고 어린이 집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준이 다음주부터 적응프로그램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