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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Jul 16. 2020

빛나던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직원 400명이 건물 두 개층을 쓰고 있던 회사가 이제는 6000명이 넘는 큰 회사가 되어 한 건물을 다 쓰는 것도 모자라 맞은편 건물, 그 옆 건물까지 꽉 채워 빌려 쓰는 회사가 되었다. 입사하는 직원마다 주식을 나눠주던 작은 회사가 상장을 하고 주가가 몇 배로 뛰면서 주식부자 직원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였고, IT라는 산업의 특성 때문이었는지 회사 초반에는 젊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웬만한 팀장도 30대 초 중반, 직원들은 풋풋한 20대들이 많았고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창업자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은 전사를 통틀어 단 한 명 (재무팀장) 뿐이었다. 노란색 꿈을 안고 모인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아님 젊어서 그랬을까. 그때 회사는 활기가 넘쳤고 같이 열심히 해보자!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물론 회의실 안에서 서로 논쟁하고, 추진하던 플젝이 꺾이고, 쓰려던 예산을 못쓰게 되는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누가 누구를 꺾거나, 누군가가 더 잘되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이 서비스가 잘되게 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였기에 아쉬움은 있어도 그 결정에 승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많아지고, 조직들이 생겨나고, 움직이는 돈의 액수가 커지며 회사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해당사자가 많아지고,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사실 이건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당연히 '회사를 위한' 것이지만, 그 뒤에는 내 조직을 키우기 위해, 내 성과로 만들기 위해, 내 사람을 앉히기 위해라는 셈법들이 복잡 미묘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눈치 없기로 유명한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회사에 실망하고 사람에 염증이 생겼다. 지금도 가끔 그런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대기업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이 곳에 모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게 '회사'였다.


이 회사 초반에 내가 좋아하던 반짝반짝 빛나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똑똑했고, 진실됐고, 일이 되게 하기 위한 일을 했다. 나는 그들의 인사이트에 놀라고 사람됨에 감탄하며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회사에 '아이비리그 출신', '유명 MBA 출신' '대기업 임원 출신' 누군가들이 들어오며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들보다 10살 이상 많은 (거의 다) 남자들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여전히 다른 회사들에 비해 젊고, 빠르고, 꼰대스럽지 않은 회사임은 분명하다. 회사가 급성장하던 그 시기에,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젊고 순수한 그들이 아니라 조직의 생리를 알고, 경험이 많고, 정치싸움을 버텨낼 수 있는 그 아저씨들이었을 것이라고 지금은 어느 정도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좋아했던 그들도 7년이 지난 지금,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는 우리 회사의 아저씨들 같은 면면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복직해서 마주한, 점점 대기업스러워지는 회사를 보며 그들이 그리고 그때가 잠시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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